[단독] 비상구 막고 소방시설 차단하면…서울소방이 직접 수사

10월부터 전담팀 시범운영…25개 소방서 분산 수사 본부 일원화
검사 수사지휘 폐지…형사법 전문가 자문단·법률지원팀 신설

서울시청 전경. 2022.9.1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비상구를 막거나 소방시설을 차단하는 등 소방법령 위반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린다.

다음 달부터 25개 소방서에 분산돼 있던 수사 기능을 본부 119사법경찰팀으로 일원화하고 범죄 인지부터 피의자 조사, 사건 송치까지 맡는다.

검사와 특별사법경찰의 수사지휘 관계가 폐지되는 데 맞춰 형사법 전문가 자문단과 별도 법률지원 조직도 마련한다.

25개 소방서 분산 수사 본부로…범죄인지부터 송치까지 전담

23일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서울소방 수사전담팀 편성·운영 계획'에 따르면 서울소방은 다음 달 1일부터 수사전담팀을 시범 운영한다.

기존 본부 119사법경찰팀에 일근 수사관 4명을 추가 배치하고 정식 수사전담팀이 편성될 때까지 운영한다.

핵심은 본부와 일선 소방서에 나뉘어 있던 수사 기능을 본부로 모으는 것이다.

다음 달 1일 이후 새로 적발되는 소방법령 위반 사건은 일선 소방서가 위반 사실을 확인해 본부에 수사를 의뢰한다. 이후 범죄 인지와 증거 확보, 참고인 조사, 피의자 신문, 사건 송치는 본부가 전담한다.

현재 소방서가 수사 중인 사건도 일부 본부로 넘긴다. 영등포·강남·서초·송파소방서가 수사 중인 사건은 다음 달 1일 본부로 이첩한다. 나머지 소방서는 정식 수사전담팀이 편성되기 전까지 기존 사건을 마무리해 송치한다.

서울소방이 수사체계를 재편하는 배경에는 다음 달 2일 시행되는 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이 있다.

법 시행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공소제기·유지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바뀐다.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각각 책임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소방 특별사법경찰도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책임지게 된다. 서울소방은 분산된 수사 기능을 본부로 집중해 수사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소방 특사경이 처리하는 사건은 연간 200건을 웃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본부와 소방서가 송치한 사건은 연평균 256건이다. 본부가 연평균 91건, 일선 소방서가 165건을 처리했다.

지난해에는 본부 93건과 소방서 158건 등 251건을 송치했다. 2024년에는 본부 86건과 소방서 173건, 2023년에는 본부 95건과 소방서 164건 등 각각 259건을 송치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1일까지는 본부 60건과 소방서 80건 등 140건을 송치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 자문단…'소방법률지원팀'도 신설

검사의 수사지휘가 사라지는 데 따른 법률 판단 부담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서울소방은 다음 달 중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 형사법 전문인력 9명 이내로 '소방수사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자문단은 내사 종결이나 불기소 의견 사건, 적용 법조 또는 범죄 성립 여부를 두고 복수의 해석이 가능한 사건 등 전문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심의한다.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조사실 1곳을 추가 확보하고 수사관에게 바디캠과 수사조끼 등 장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규 수사관에게는 경력 수사관을 멘토로 붙여 실제 사건을 함께 수사하도록 한다. 범죄 인지와 피의자 신문, 수사서류 작성 등 실무 중심의 교육도 실시한다.

수사 절차와 처리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한 '소방 수사 직무매뉴얼'도 제작한다. 법령별 수사기법과 수사서류 작성 방법 등을 담아 다른 시·도 소방 특사경과 공유하고 신규 수사관 교육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건 처리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수사 사례집도 매년 제작한다. 위반사항 판단 기준과 현장 확인·자료 확보 요령, 수사 과정과 결과 등을 담는다. 2027년 수사 사례를 토대로 2028년 상반기 첫 사례집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민선 9기 조직개편안에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법률지원팀' 신설 방안을 담았다. 공소청 출범과 수사체계 변화에 맞춰 소방 특사경의 법률·수사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서울소방은 수사전담팀 시범운영과 형사법 전문가 자문단 구성에 이어 조직개편을 통해 자체 수사·법률지원 체계를 단계적으로 갖춰나갈 계획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