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시안게임·올림픽이 바꾼 서울과 일상…기록 2만8000건 공개

"선수는 경기 메달, 시민은 질서 메달"…국민의식 캠페인 기록도
잠실·올림픽공원부터 한강·교통망 재편까지…19일부터 공개

행정안전부 청사(행안부 제공)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1981년 정부가 '가능성 희박'으로 평가했던 서울올림픽 유치부터 잠실·한강 개발과 교통망 확충, 국민의식 개혁 캠페인까지 1986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기록물이 공개된다.

18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벽을 넘어서, 86·88 국제스포츠대회' 기록콘텐츠가 19일부터 국가기록원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다. 유치와 준비, 올림픽 시설, 대회 운영, 경기 현장 등 80여 개 세부 주제로 분류한 소장 기록물 2만8000여 건을 찾아볼 수 있다.

'가능성 희박'에서 서울 52표·나고야 27표로

기록에는 서울올림픽 유치가 당초 정부 내부에서도 쉽지 않은 목표로 평가됐던 과정이 담겼다.

1981년 2월 문교부가 작성한 '국제경기대회 유치 추진 현황 보고'는 막대한 경비 조달과 국제대회 운영 경험 부족, 남북 분단과 공산권의 반대 등을 이유로 올림픽 유치 전망을 '가능성 희박'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은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당시 '88 올림픽 서울유치 결과보고'에는 서울 52표, 나고야 27표라는 투표 결과와 IOC 위원들을 상대로 한 대표단의 교섭 과정이 담겼다.

정부가 수집한 외신 보도도 공개된다. 당시 일부 해외 언론은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최초의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적 위상, 남북 분단 상황 등을 조명했다.

잠실·한강·지하철…올림픽이 바꾼 서울

올림픽 준비와 함께 서울의 공간이 대대적으로 재편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작성된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주요시설배치 조정방안'에는 잠실지역 경기시설 과밀과 선수촌 부지 부족 등을 고려해 방이동 일대에 경기장과 선수·기자촌을 배치하고 올림픽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담겼다.

한강 종합개발과 올림픽대로, 지하철 등 교통망 확충도 대회 준비와 맞물렸다. 1981년 서울시가 만든 '한강서울시 유역미화계획'과 1983년 '도심재개발촉진방안', 대회시설 확보 과정에서 작성된 '86·88 주요시설 확보 관련 철거민 대책' 등도 공개된다.

실제 1980년대 서울은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기반시설이 빠르게 확충됐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한강종합개발사업은 1982~1986년 추진됐고 올림픽대로는 1986년 개통됐다. 지하철 2호선 전 구간은 1984년, 3·4호선은 1985년 개통되면서 잠실과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교통망도 크게 확대됐다.

"시민은 질서 메달"…일상으로 들어온 올림픽

대회 준비가 시민의 일상과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도 기록에 남아 있다.

1981년 마련된 '88계기 국민의식 개혁 캠페인 계획'은 올림픽을 '선진문화국민'으로의 의식 개혁 계기로 삼아 질서·환경·책임의식 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선수는 경기 메달, 시민은 질서 메달"과 같은 구호도 사용됐다.

보건사회부의 올림픽 대책에는 접객업소 위생과 서비스 개선, 전염병 예방뿐 아니라 부랑·걸식 행위 근절과 수용시설 확충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올림픽 저해사범'을 별도로 분류해 관광저해사범과 질서침해사범, 퇴폐·사회정화 저해사범 등에 대한 단속 계획을 마련했다.

1983년 대통령 지시사항을 정리한 문서에는 주요 경기장 주변과 대로변의 노점상인을 특정 지역으로 유도·정비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국가기록원은 이런 기록을 통해 국제대회 준비가 도시 개발뿐 아니라 당시 국민의 생활과 정부 정책 전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역시 1984~1988년 서울을 대규모 택지·도시 개발과 한강종합개발이 이어지는 동시에 민주화 운동이 확산된 시기로 정리하고 있다. 올림픽 준비가 도시 정비와 시민 생활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 1980년대 서울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인 셈이다.

기록콘텐츠에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88서울패럴림픽의 개·폐회식 및 주요 경기 모습을 담은 시청각 기록도 함께 수록됐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콘텐츠를 통해 국민이 86·88 국제스포츠대회의 유치와 개최 과정뿐 아니라 서울의 공간과 국민의 일상에 나타난 변화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관련 기록물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