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용도변경' 막아낸 오세훈…용산 주택공급 '방어선' 됐다

2006년 정부 특별법 용도변경 조항에 반발…공원화 선포식도 불참
서울시 요구 결국 법에 반영…본체부지 주택공급하려면 특별법 개정해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의 모습. 2026.8.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공원 본체를 훼손하는 어떠한 개발도 허용할 수 없다."

2006년 취임 첫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를 두고 정부와 충돌하며 내놓은 말이다. 당시 오 시장은 용산 미군기지 본체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던 특별법에서 용도변경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맞섰다.

20년 전 오 시장이 정부와 싸우며 지켜낸 '용산공원 본체부지 개발 금지' 원칙은 현재까지도 특별법에 남아 있다.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부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려면 국회에서 법부터 고쳐야 한다. 20년 전 벌어진 '용도변경' 논쟁이 정부의 주택공급 구상에 제동을 거는 법적 쟁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2006년 정부와 정면충돌…공원화 선포식까지 불참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맞춰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등 반환부지 본체를 공원으로 만든다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특별법에 들어갈 '용도변경' 조항이었다.

당시 정부는 공원의 기능과 기존 시설 활용 등을 위해 건설교통부 장관이 공원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이를 향후 상업개발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봤다.

오 시장은 2006년 8월 추병직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직접 만나 조항 삭제를 요구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같은 달 2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도 항의의 뜻으로 불참했다.

서울시는 당시 전체를 공원화하겠다는 약속과 별개로 법에 용도변경 가능성을 남겨두면 향후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요구에…'본체부지 개발 금지' 법에 박았다

수개월간 이어진 줄다리기는 이듬해 서울시가 요구했던 방향으로 정리됐다.

서울시와 정부, 건설교통부는 2007년 4월 반환부지 본체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논란이 됐던 용도지역 변경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6월 국회를 통과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서도 용도지역 변경 조항이 빠졌다. 여기에 국가가 본체부지를 임의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서울시는 "용산 반환부지 81만평 전체의 공원화가 확정됐다"고 평가했다.

이 원칙은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특별법은 본체부지는 '용산공원조성지구', 유엔사·수송부·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는 상업·업무·주거·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복합시설조성지구'로 구분한다.

주택 등 개발이 가능한 주변 산재부지와 공원으로 보존해야 할 본체부지 사이에 법적인 '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주택 공급 방안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8.26 ⓒ 뉴스1 김민지 기자
20년 뒤 돌아온 주택공급론…이번에도 핵심은 '특별법'

20년 전 마련한 이 조항은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논의가 불거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행 특별법이 유지되는 한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다.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공원 이외 용도로 변경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본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을 개정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오 시장과 서울시가 2006~2007년 요구했던 '본체부지 보존 원칙'이 20년이 지나 정부의 주택공급 구상을 가로막는 제도적 방어선이 된 셈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특별법 개정안 역시 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의 복합시설조성지구에 적용되는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본체부지에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은 아니다.

2006년에도 2026년에도…오세훈 "용산공원 훼손, 1㎝도 동의 못해"

2026년,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공급에 활용하자는 논의가 다시 나오자 오 시장은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cm라도 동의할 수 없다"며 과거와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6년에는 법에 '개발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을 막았다면, 2026년에는 본체부지 일부를 실제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아 용산공원은 청나라군부터 일본군과 미군까지 120여년간 외국군이 주둔했던 공간인 만큼 역사성과 자연성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군인아파트와 장교숙소 등 기존 시설이 있는 곳을 사실상 '훼손된 부지'로 보고 주택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해당 지역은 당초 기존 건물과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공원으로 복원하기로 한 본체부지인 만큼 현재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개발 가능한 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본체부지 일부에 주택을 짓기 시작하면 향후 주택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다른 구역까지 개발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년 전 '용도변경'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려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개발의 '첫 단추'를 끼워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오 시장은 "지금 서울시민의 여론을 보면 3분의 2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적어도 용산공원만큼은 온전하게, 원래 예정대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에서 서울 주택 공급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2026.8.26 ⓒ 뉴스1 오대일 기자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