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들에 조직문화 물어보니…"회식참여 강요 관행 여전"

제보해도 익명성 신뢰 낮아…인사 공정성 문제도 제기
소방청, 신고자 보호·상호존중 강화…9월 조직문화 쇄신대책

소방청 전경.(소방청 제공) ⓒ 뉴스1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를 진단한 결과 감찰·제보 과정에서 제보자의 익명성이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 참석 강요와 비인격적 대우 등 불합리한 관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공무원 6만5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 조직문화 진단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으며 1만6111명이 참여해 24.4%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조직 내 부조리 경험에서는 회식 참석 강요 등 일부 관행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선후배 관계에서도 비인격적인 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적지 않아 상급자와 하급자 간 위계관계뿐 아니라 조직 내 일상적인 관계 전반에서 상호존중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당행위를 경험한 뒤 감찰부서 제보 등 공식 채널을 이용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업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소방청은 보고 있다.

특히 조직문화 체감도 조사에서는 제보자의 익명성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게 평가됐다. 소방청은 익명 보호장치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외부 신고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조리 행위에 대한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징계의 공정성과 부당행위를 방조한 상급자의 책임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피해자 분리 조치와 회복 지원은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집단별로는 중간 연차와 여성 직원의 부조리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기타 의견에서는 학연·지연·혈연에 따른 인사·승진이나 특정 라인을 챙기는 관행 등 인사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상급자의 갑질뿐 아니라 하급자의 업무태만이나 무분별한 제보 등 이른바 '을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성별에 따른 업무 배치 및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소방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 직원이 지켜야 할 '상호 존중 행동강령'과 수평적 소통교육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회식 참석이나 음주를 사실상 업무의 연장으로 여기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건전한 회식·소통 가이드라인'과 '언어감수성 향상 실천 규범'도 추진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특별감찰단 활동, 집중 익명제보 결과 등을 종합해 오는 9월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상호존중과 공정성을 조직문화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구성원이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조직문화 개선의 기준점으로 삼아 9월 중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