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취소소송 이번주 항소심 결론…'강행 의지' 서울시 다음 수순은

20일 서울고법 선고…1심은 공원구역 변경 위법 판단
이겨도 즉시 공사재개 어려워…져도 시행령 개정 땐 재추진 길

서울시청 전경. 2022.9.1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공사가 멈춘 남산 곤돌라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의 법정 공방이 이번 주 항소심 판단을 받는다. 1심에서 패소한 서울시가 판결을 뒤집을지가 관심이지만, 이번 판결이 곤돌라 사업의 존폐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이기더라도 당장 공사를 재개하기 어렵고, 다시 패하더라도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할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오는 20일 오후 2시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재판부는 지난달 9일 2차 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쳤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일부를 제외해 근린공원에 편입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공원녹지법 시행령은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에 설치하는 시설물의 높이를 원칙적으로 12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곤돌라 케이블을 떠받치는 중간 철탑을 세우기 위해 2024년 8월 해당 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남산1근린공원에 편입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내렸다.

당시 문제 된 중간 철탑 2개는 각각 45m와 50m 높이로 계획돼 있었다. 서울시는 이후 경관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설계를 변경해 높이를 각각 35m와 35.5m로 낮췄지만, 여전히 현행 시행령상 12m 제한을 넘는다.

기존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해 법령상 높이 제한을 우회했다며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법원이 2024년 10월30일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곤돌라 공사는 멈췄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는 공정률 약 15%에서 중단된 상태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변경하거나 해제하려면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시민의 여가·휴식 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하는 등 시행령이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남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심 법원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19일 도시자연공원구역을 근린공원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 시행령에 규정된 변경·해제 기준이 적용된다며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취소했다. 다만 원고 가운데 일부의 원고적격은 인정하지 않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시는 해당 규정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상업시설 등 비공원 용도로 바꾸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공원 기능을 유지하면서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한 도시계획 변경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고, 공익상 필요에 따른 도시계획 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승소해도 바로 공사 못해…패소해도 '시행령 개정' 남아

이번 항소심에서 서울시가 승소하더라도 곧바로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올해 1월 한국삭도공업 측이 다시 낸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서울시 도시관리계획 결정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한국삭도공업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고 집행정지를 다시 신청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대로 서울시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한다고 해서 남산 곤돌라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소송과 별도로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시설물의 12m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공작물의 높이를 최대 12m로 제한한 현행 규정을 일부 행위허가 대상 시설에 대해 일정한 조건 아래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마무리되면 서울시는 곤돌라 철탑이 들어설 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빼지 않고도 사업을 추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거치지 않는 다른 길이 생기는 셈이다. 서울시는 최근까지 국토부에 시행령 개정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다만 시행령 개정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8월16일 현재 확인되는 현행 공원녹지법 시행령에도 12m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이번 개정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20일 항소심 판결은 남산 곤돌라 사업의 존폐 자체보다는 서울시가 어떤 법적 경로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지와 공사 재개 시점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시가 승소하면 기존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살려 공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고, 패소하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새로운 법적 근거 마련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시행령 개정 여부와 대법원 상고 등 추가 법적 절차가 남산 곤돌라 사업의 향후 일정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