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50억 내고 매년 60억 또?"…서울시, 경의선숲길 사용권 반납 검토

철도공단과 사용료 협상 추진…유지·관리비 상계가 1순위
협상 결렬 땐 사용권 반납도 검토…정부에 제도개선 요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바라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시가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한 경의선숲길에 대해 매년 수십억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할 처지가 되면서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국가철도공단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협상에 나서 사용료 문제를 조율한다는 방침이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의선숲길 부지 사용권 자체를 반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매년 60억 폭탄"…서울시, 경의선숲길 사용권 반납까지 검토

18일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 이후 경의선숲길 부지 사용 문제와 관련해 국가철도공단과 협의를 서두르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은 서울시의 경의선 지상부 점유에 대한 철도공단의 변상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변상금은 연체료를 포함해 850억 원에 육박하고, 향후 매년 60억 원을 웃도는 부지 사용료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변상금은 지급하되, 향후 부지 사용료에 대해서는 철도공단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현재 시가 부담하는 경의선숲길 유지·관리 비용을 공단 부지 사용료와 상계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철도공단 소유 부지를 공원으로 유지·관리하는 데 서울시가 투입하는 비용을 사용료 산정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다만 협상이 차질을 빚을 경우 경의선숲길 부지 사용권을 철도공단에 반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매년 수십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60억 원이 넘는 사용료까지 별도로 내면서 공원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사용권을 반납할 경우 경의선숲길의 운영·관리 책임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서울시와 철도공단 간 추가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도공단과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면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용권 자체를 반납하는 방안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시민 위해 만든 공원인데"…국유지 무상사용 제도개선 요구

경의선숲길 문제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는 당시 철도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358억 원을 투입해 경의선 지하화로 생긴 상부 공간에 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2011년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지를 무상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이 '재산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1년 이내'로 제한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철도공단은 서울시에 최초 5년간 무상사용을 허가하고 이를 1년 연장했지만, 이후 서울시가 부지를 무단 점유했다며 변상금을 부과했다. 누적 변상금은 총 639억 원으로, 연체료까지 더하면 지난달 기준 약 8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시민을 위한 공원을 시 예산으로 조성하고 유지·관리하면서 국유지 사용료까지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현행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철도공단과의 협상과 별개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국유지를 공원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무상사용 요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유재산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해당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공익을 목적으로 조성한 공원에 대해 지자체가 국가에 사용료를 부담하는 구조가 적절한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현행 시행령의 무상사용 요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