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 파업하면 시민 발 묶이는데…'최소 운행' 놓고 갑론을박

올해 1월 파업 때 운행률 6.8%…2024년에도 4.4% 그쳐
노조 "단체행동권 제한" 반발…서울시 "시민 이동권도 보호해야"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와 파업이 철회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시내 버스가 오가고 있다. 2026.1.15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놓고 노동계와 서울시가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제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올해 1월 파업 당시 전체 버스의 90% 이상이 멈춰 선 데 따른 시민 피해를 고려해 최소 운행 기준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서울시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기간에도 일부 인력이 반드시 업무를 유지해야 하고 대체인력 투입도 가능해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미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장은 "안전인력을 충원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서울시에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와 사모펀드의 버스업체 진출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버스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과 준공영제의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지 않은 채 파업권부터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노동자와 시민 1447명이 참여한 필수공익사업 지정 반대 서명도 정부에 전달했다.

반면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시민 피해가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대중교통 기능의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틀간 진행된 서울 시내버스 파업 당시 운행률은 6.8%에 그쳤다. 전체 7018대 가운데 478대만 운행해 버스 100대 중 93대 이상이 멈춰 선 셈이다.

2024년 3월 서울 시내버스 파업 당시에도 첫차부터 낮 12시까지 운행률은 4.4%에 불과했다. 출퇴근과 통학 수요가 지하철과 택시로 몰리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에서도 버스 파업에 따른 운행 차질이 반복됐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시내버스 2500여대가 전면 운행을 중단했다. 창원에서는 전체 시내버스의 약 95%인 669대가 멈췄고, 울산에서도 전체 버스의 약 80%가 운행하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시내버스 파업이 13일간 이어졌다.

서울 버스의 교통수송분담률이 20%를 넘는다. 시내버스가 대부분 멈추면 지하철과 택시만으로 출퇴근과 통학, 병원 방문 등 일상적인 이동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민의 주요 이동 수단인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점도 논쟁거리다. 철도와 도시철도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파업 기간에도 일정 수준의 운행이 유지되지만 시내버스에는 최소 운행 의무가 없다.

현재 국회에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운송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다고 파업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는 필수유지업무협정을 통해 쟁의행위 기간 유지해야 할 업무 수준과 대상 직무, 필요 인원 등을 정한다. 합의하지 못하면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한다.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에는 파업 참가자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인력을 대체 투입하거나 도급·하도급을 맡길 수 있다. 노동계는 필수유지업무와 대체근로가 결합하면 파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서울시는 시내버스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버스를 소유·운행하되 지방정부가 노선과 요금을 관리하고 운송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특·광역시의 버스 준공영제 지원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조4000억 원이다. 서울 시내버스 한 대의 하루 표준운송원가도 2004년 44만1867원에서 2023년 86만5353원으로 9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가에 포함된 인건비는 28만1893원에서 63만3495원으로 124% 늘었다. 전체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75%로 높아졌다.

서울시는 지방정부의 재정으로 운영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만큼 파업 때에도 시민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준공영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수공익사업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출퇴근 시간대와 필수 노선, 대체 교통수단의 유무 등을 고려해 최소 운행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파업 때 버스 운행이 5% 안팎으로 떨어져 시민의 출퇴근과 통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권과 이동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소 운행 기준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