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제한→저출생 대응' 뒤집힌 인구정책 70년…노무현 친필메모 첫 공개
대통령기록관, 인구의 날 맞아 역대 대통령 기록물 41건 공개
경제개발 위해 출산 억제했던 정부…2000년대 육아·주거 정책 전환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아이를 적게 낳으라던 '산아제한'에서 출산과 육아를 국가의 미래 과제로 바라보기까지, 대한민국 인구정책의 70여년 변화상이 역대 대통령 기록물로 공개된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제15회 인구의 날을 맞아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의 인구정책 관련 문서와 사진, 영상 등 기록물 41건을 오는 11일부터 대통령기록관 누리집에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기록물은 정부 수립 초기 인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제도 마련부터 1960~1980년대 산아제한 정책, 이후 저출생·고령화 대응으로 정책 방향이 뒤집히는 과정을 담았다.
이승만 대통령 시기 제정된 '제1회 총인구조사시행령'은 일제강점기 '국세조사'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가 직접 인구를 조사·집계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보선 대통령 시기에는 보건사회부에 가족계획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1960년대부터는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제성장의 부담으로 보고 출산을 줄이는 정책이 본격화됐다. 박정희 대통령 시기 작성된 '가족계획 사업의 실적'에는 1971년 말 인구 자연증가율을 2.0% 이하로 낮춘다는 정량적 목표와 범정부 가족계획 사업 추진 실적이 담겼다.
전두환 대통령 시기의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역시 가족계획을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다뤘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인구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993년 1.654명에서 2023년 0.721명까지 떨어졌다. 2025년에는 0.800명으로 반등했지만 인구 자연감소 규모는 11만명에 달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시기에는 경제기획원 산하 인구정책심의위원회가 폐지됐다. 대통령기록관은 이를 수십 년간 이어진 산아제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새로운 인구정책 기조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김영삼 정부의 '공공부문 고령자 활용 확대방안', 김대중 정부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 기록에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 둔화와 고령화에 대응하려 했던 당시 정부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공개 기록 가운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국정과제 회의에서 육아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직접 작성한 친필메모도 처음 공개된다.
메모에는 출산력 제고와 미래 인력 양성,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육아 정책을 고민한 흔적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은 육아를 '가장 중요한 미래 투자'이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발전전략', 박근혜 정부의 신혼부부·고령층 주거지원대책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정책 범위가 확대됐다.
한성원 대통령기록관장은 "역대 정부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인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국민과 함께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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