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말고, '한스장'으로"…러너 성지 된 한강공원
피클볼장·러너스테이션·야외 헬스장 확대…'도심 운동장'으로 진화
서울 면적 15분의 1 규모 수변공간…생활체육 중심축으로 부상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해 질 무렵 여의도한강공원. 러닝 크루 수십 명이 강변을 달리고, 옆 피클볼장에서는 라켓 부딪히는 소리가 쉼 없이 이어진다. 운동기구 앞에는 퇴근 후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돗자리와 치킨, 야경 산책으로 기억되던 한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한강이 '쉬러 오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걷고, 뛰고, 운동하는 공간이 됐다. 서울 시민들의 도심 운동장인 셈이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공원은 17일 기준 광나루·잠실·뚝섬·잠원·반포·이촌·여의도·양화·망원·난지·강서 등 11곳으로, 총길이만 41.5㎞에 달한다. 서울 면적의 약 15분의 1 규모다. 그 넓은 수변 공간이 시민들의 일상 운동 공간이 됐다.
한강공원 곳곳 생활체육 시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광나루한강공원에는 최근 피클볼장이 문을 열었다. 테니스·배드민턴·탁구 요소를 결합한 피클볼은 진입 장벽이 낮고 운동량은 많아 최근 생활체육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어샤워장과 탈의실까지 갖추면서 이용 편의성도 높였다.
이른바 '한스장'으로 불리는 한강 헬스장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광나루·강서·옥수에 이어 잠실·여의도한강공원까지 '무료 공공 헬스장'이 들어섰다. 스트레칭부터 근력운동까지 가능한 기구를 갖춰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이용할 수 있다.
러너들을 위한 지원시설도 생겨났다. 여의나루역에 지하철역과 한강공원을 연결한 대표 러닝 거점 '러너스테이션'을 조성했다. 광화문역·회현역·서울월드컵경기장역에도 러너 지원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95차례 운영된 러닝 프로그램에는 1147명이 참여했다.
남산과 여의나루역 인근 샤워시설까지 더해지면서 출근 전·퇴근 후 러닝이 가능한 도시형 운동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 헬스장에 따로 가지 않아도, 출퇴근길과 일상 동선 안에서 운동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강공원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출발점은 1960~1970년대 한강변 정비 사업이다. 한강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넓은 둔치는 처음에는 단순한 '고수부지'였다. 이후 서울시가 1976년 '한강 고수부지 활용계획'을 세우며 시민 체육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여의도·잠실 일대에 체육공원이 조성됐고, 축구장·농구장·야구장·테니스장 등이 들어섰다. 특히 19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한강시민공원이 본격 조성되면서 단순한 강변을 넘어 시민 여가와 생활체육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잠원·뚝섬수영장 등 여름철 체육·휴식시설이 시민들의 발길을 모았고, 진입로와 자전거도로 정비 등이 이어졌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선유도·난지·강서지구 등이 추가 개장하며 한강공원의 권역 자체가 넓어졌다. 이 시기 한강은 시민들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쉬는 일상형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환점은 2006년의 한강르네상스였다. 세빛섬·달빛무지개분수·광진교 8번가·뚝섬 자벌레 같은 랜드마크들이 들어서고, 자전거공원과 대여시스템, 안전 노면 마킹 등이 더해지면서 한강은 '쉬러 가는 공간'에서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금의 피클볼장·한강 헬스장·러너스테이션은 그 흐름의 최신판이다. 한강르네상스가 수변 공간의 매력을 키웠다면, 이제 한강은 시민이 매일 걷고 뛰고 운동하는 '건강 인프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시의 '더 건강한 서울 9988'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건강을 개인 의지에만 맡기는 대신, 도시 자체가 건강한 선택을 쉽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280만 명이 참여 중인 '손목닥터9988'이 걷기와 건강관리를 데이터로 기록·관리한다면, 한강은 시민들이 실제 몸을 움직이는 공간 역할을 맡는다. 손목 위 숫자를 확인하고, 강변으로 나가 그 숫자를 채우는 것이다.
러닝 열풍과 저속노화 트렌드, 야외 운동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한강의 역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은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 시민의 건강한 일상을 뒷받침하는 서울의 대표 생활체육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건강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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