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못 열었다"…올여름 또 '러브버그' 공포 덮치나
시민 10명 중 9명 "혐오감 느껴"…민원도 급증
서울시, 선제 차단 총력전…포집기·살수드론까지 투입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난해 여름, 수도권 시민들은 정체 모를 벌레 떼와 전쟁을 겪었다. 산책길엔 검은 벌레가 뒤엉켜 날아다녔고, 창문과 차량, 건물 외벽마다 빼곡히 달라붙었다.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사람을 물지는 않지만, 짝짓기 상태로 붙어 다니는 특유의 모습과 대량 출몰로 혐오감과 불쾌감을 안겼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최근 해발 395m의 인천 계양산에서 러브버그 유충이 무리 지어 꿈틀거리는 모습이 확인됐다. 한 쌍이 낳는 알은 300~500개. 유충은 보통 5월 중순 번데기로 변한 뒤 6월 말부터 성충이 돼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이 사실상 '폭증 직전 단계'인 셈이다.
문제는 러브버그가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됐지만, 지금은 인천 전역과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성충이 발견되고 있다. 올해는 수도권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른 시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4년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5282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시민들의 반응은 뚜렷했다. 응답자의 90.7%가 러브버그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88.2%는 심리적 불편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89.8%는 방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일상 속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발생 예측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유충 단계부터 친환경 중심 방제 전략에 나섰다.
러브버그 방제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성충이 된 뒤에는 워낙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유충 단계인 4~5월이 사실상 유일한 '골든타임'이다.
서울시는 유충이 공원 낙엽층이나 부식토 속에 숨어 사는 것에서 착안해 공원과 녹지의 낙엽·부엽토 제거 같은 환경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식지 자체를 없애 개체 수가 불어나기 전에 미리 막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유충 대량 발생이 예상되는 은평구 백련산과 노원구 불암산 두 곳, 총 1만 2600㎡에 친환경 미생물 방제제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를 처음으로 살포했다. Bti는 특정 파리류 유충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로, 사람이나 다른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6~7월 성충 대발생 시기에는 '포획전'도 함께 펼쳐진다. 지난해 은평구 백련산에 시범 설치했던 광원 포집기는 올해도 계속 가동하고, 노원구 불암산에는 고공 대량 포집기를 새로 들인다. 유인물질을 활용한 포집기 1300대는 19개 자치구의 공원과 산 주변에 촘촘히 배치한다.
러브버그 떼가 몰려드는 구역에는 각 자치구와 함께 대량 살수 작업도 나선다. 강서구와 양천구에는 대형 방제용 살수 드론까지 새로 도입했다.
조영창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대발생 곤충은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발생해 사후 방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친환경 방제기술을 시범적으로 현장 적용하는 한편, 서울 여건에 맞는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지속 추진함으로써 시민불편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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