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도, 바람도 만든다"…상암 잔디가 '3중고' 버티는 비법
서울월드컵경기장, 폭염·지붕·과밀 대관에 시달려
서울시, 사용 제한하고 하이브리드 잔디 확보·첨단장비 투입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국내 최대 축구 성지로 불리지만, 그라운드 잔디는 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폭염과 씨름하고, 겨울이면 한파에 시달리며, 수십 차례의 경기와 행사로 쉴 새 없이 짓밟힌다. 경기장 구조 탓에 채광과 통풍도 어렵다.
악조건 속 서울시는 제도·장비·인력까지 총동원하며 '경기 품질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암 잔디가 품질을 지켜내는 비결이다.
서울의 여름은 잔디에 가혹하다. 7~8월 평균 기온 26.3도, 장마로 인한 과습,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폭염이 반복된다. 반면 겨울은 평균 영하 1.0도의 한파와 폭설로 잔디 생육을 완전히 멈춰버린다.
일본 도쿄 스타디움(겨울 평균 7.2도)이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겨울 평균 6.0도)과 비교하면, 서울의 기후는 잔디 관리 측면에서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다.
여기에 경기장 구조도 잔디 생육을 방해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붕이 관중석의 약 80%를 덮고 있다. 빛 투과가 어려운 이 지붕 구조 때문에 경기장 내부, 특히 남측에는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잔디 그라운드는 지상 1층(16.7m)보다 무려 3.5m 낮은 지하 1층 수준에 위치해 있어, 통풍과 일조가 이중으로 제한된다. 여름에는 잔디 표면과 토양에 과습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다.
또 지난해 경기장 대관 실적은 A매치 4회·프로축구 24회·해외구단 초청 4회 등 총 33회로, 경기 사이 잔디 회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과제다.
결국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환경이 아닌 관리 역량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체계 정비에 나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법적 근거 마련'이다. 조례 신설을 통해 기상 악화, 잔디 훼손 우려, 과도한 사용 등을 이유로 시장이 경기장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 잔디 관리 기준'도 수립했다. 잔디 사용 가능 시기를 명시하고, 잔디 휴식을 위한 최소 보호 기간을 정했다.
운영 방식 역시 바뀌었다. 경기 후 훼손된 구간을 빠르게 걷어내고 새 잔디를 보식하는 '즉시 복구 체계'를 도입했다.
이를 위해 경기장 그라운드 면적(8362㎡)의 약 1.5배인 1만 2500㎡ 규모의 하이브리드 잔디를 상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LED 인공채광기 2대와 쿨링포그팬 5대, Air 에어레이터 1대 등 총 8대의 전문장비를 새로 도입했다. 지붕에 의해 부족해진 일조량을 LED 인공채광기로 보완하고, 쿨링포그팬을 통해 공기 순환과 온도를 조절한다. 에어레이터는 토양 배수와 뿌리 생육을 돕는다. 올해 8월에는 LED 인공채광기 5대와 쿨링포그팬 4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장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서울시설공단 조경팀은 현재 정규직 9명, 기간제 10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31년 경력의 팀장을 필두로, 35년 경력 그린키퍼 자격 보유자, 조경석사 학위를 가진 14년 경력자, 식물보호기사·생태복원기사 자격을 겸비한 전문인력들이 365일 잔디를 돌본다. 조경·그린키퍼·식물보호·자연생태복원 등 다양한 전문 자격과 장기 경력을 조합한 팀 구성이다.
분기별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서울 상암 환경에 최적화된 잔디 초종 연구를 위한 시범재배지(20㎡) 운영과 이동식 차광막(3개소) 시범 설치도 추진한다.
덕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9월 K리그1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상했고, 10월에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은 현재 K리그1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명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경기장이지만 기후와 구조 측면에서 잔디 관리가 쉽지 않은 여건을 안고 있다"면서도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제도 개선, 전문장비 확충, 전문인력 운영, 잔디 초종 연구 등을 병행하며 경기장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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