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하나, 가판대 하나가 바꾼 서울거리…"도시가 달라졌다"
2006년 디자인서울 1.0부터 2023년 2.0까지…가판대·간판·정류장 전면 정비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예전에는 여름이면 숨이 막히고, 겨울이면 손이 얼어 물건을 제대로 집기도 힘들었어요. 지금은 허리도 펴고, 바람도 통하고, 햇빛도 들어오니 하루 장사가 훨씬 덜 힘듭니다."
한때 서울은 혼잡하고 복잡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도로마다 무질서하게 들어선 가로판매대, 건물 외벽을 뒤덮은 형형색색의 간판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 요인이었다.
그런 서울이 걷기 좋고, 정돈된 도시가 된 것은 간판과 가로판매대,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 변화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 풍경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 서울 1.0'에 나섰다. 같은 해 전국 최초로 도시디자인조례를 제정했고, 2008년에는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도시 전반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했다.
변화는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일상적인 요소부터 시작됐다. 가로판매대, 보도블록, 휴지통, 벤치 등 공공시설은 물론 버스정류장, 지하철 캐노피, 도로변 간판까지 전면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2008년 단행된 가로판매대 전면 교체는 상징적 변화로 꼽힌다. 약 3500개의 판매대를 서울색 '기와진회색'으로 통일하고 주요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재배치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판매대 높이를 약 2미터(m)로 조정해 허리를 펴고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전면 개방 구조와 측면 창·후면 채광 설계를 적용해 통풍과 채광도 확보했다.
간판 정비도 뒤따랐다. 서울시는 2008년 폭 20m 이상 도로변 모든 간판에 '1업소 1간판' 원칙을 도입했다. 오 시장은 당시 "현재 옥외광고물이 시각 공해 수준이 된 지 오래"라며 간판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74곳이 조성됐다.
버스정류장은 유리와 금속을 활용한 개방형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비와 바람을 막는 구조로 개선됐고, 노선 안내 체계도 직관적으로 정리했다. 지하철 출입구 캐노피도 통일된 디자인을 적용해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사설 안내표지판도 손을 봤다. 제각각이던 크기와 색채, 서체를 표준화했고 설치 위치도 가로등 기둥을 활용하도록 규제했다. 폭 1.5m 이하 좁은 보도에는 별도 기둥 설치를 금지했다.
오 시장은 "디자인 1.0은 서울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며 "어느 순간 도시가 바뀌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약 10년간 서울의 도시디자인 정책은 다소 정체됐다. 서울시는 2023년 '디자인 서울 2.0'을 발표하며 재정비에 나섰다.
스카이라인 높이 관리로 도시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불법 입간판 정비와 함께 교통약자를 고려한 포용적 디자인을 도입했다. 휠체어 이용자와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보도 턱 낮추기, 점자블록 정비, 음성 안내 시스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가로판매대도 한 단계 진화했다. 2024년 새롭게 개발된 모델은 도시 경관과의 조화, 기능성, 사용자 편의를 두루 반영했다. 올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오 시장은 "가판대 하나를 바꾸는 일이 결국 도시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며 "서울의 변화는 거창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체감되는 변화"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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