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거실에서 책을 읽다"…서울야외도서관, 독서를 일상으로
광장·청계천·캠퍼스까지 확장된 '건물 없는 도서관'
방문객 283만 명, 전국 229곳으로 퍼진 서울형 독서 정책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 한복판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잔디 위 빈백, 하천 옆 의자,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책장 사이로 시민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서울야외도서관은 독서를 '특별한 행사'가 아닌, 도시의 풍경으로 만들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야외도서관 방문객은 자치구 운영 공간을 포함해 약 283만 명에 달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모델은 현재 전국 229곳으로 확산되며, 독서를 둘러싼 시민의 경험과 감각을 바꾸는 대표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2년 '책읽는 서울광장'으로 출발한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을 중심으로 자치구와 학교, 문화시설까지 확산됐다.
올해는 '책광장·책마당·책냇가'로 거점의 성격을 나누고, 시민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공간의 결을 더욱 분명히 했다.
올해 접수된 서울야외도서관 이용 수기에는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향하게 되는 장소,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이 없어도 큐레이션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을 손에 들게 되는 경험, 책과 함께 흐르는 음악과 바람, 도시의 소음이 만들어내는 독서의 리듬이다.
한 최우수 수상자는 서울야외도서관을 "도시의 사유가 머무는 거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탁 트인 하늘과 연주가 흐르는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메시지를 전하는 작은 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조용하지 않아서 오히려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며 "신호음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책 속 세계와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부담 없는 접근성'이 꼽힌다. 책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현장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비치했고, 북큐레이션은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의 선택을 돕는다.
담요와 무드등, 양산 등 대여 물품은 계절과 시간의 제약을 낮췄다. 가족 단위 이용객에게는 어린이 도서와 놀이터, 여름철 바닥분수가 더해지며 '책과 놀이가 공존하는 광장'이 됐다.
광화문 책마당에서는 독서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집단적 기억으로 확장됐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윤동주와 함께하는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에는 시민 3532명이 참여해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세대가 이어 읽은 문장들은 도심의 소음 속에서도 하나의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는 평가다. 참가자들은 "그날만큼은 도서관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청계천의 '책읽는 맑은냇가'는 또 다른 결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물소리와 바람, 저녁 하늘 아래에서의 독서는 여러 수기에서 '뜻밖의 쉼표'로 묘사된다. 이용자들은 한마음으로 "도심 한복판에 숨겨진 비밀 정원 같았다", "독서가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장소"라는 반복해 표현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의 확산은 팝업형 모델에서도 확인된다. 학교와 문화시설 108곳에 대여된 '팝업 야외도서관' 키트는 교정과 캠퍼스를 일상의 독서 공간으로 바꿨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장면은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쉼'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독서클럽 '힙독클럽'과의 결합 역시 수기에서 자주 언급된다. 파자마 독서, 야외 북토크, 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는 혼자 하는 취미에서 함께 나누는 문화 활동으로 옮겨갔다. 이용자들은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 "독서가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적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 서울야외도서관은 건물 없는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독서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시도"라며 "앞으로도 시민의 일상 속에서 책과 자연,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