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딤돌소득' 3년…오세훈 "복지제도, 중앙정부 차원 변형 절실"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탈수급·근로소득 증가
"전 세계 소득 연구에 기초자료 제공 성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디딤돌소득포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복지제도는 지자체가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입법적 지원과 제도적 종합성을 갖추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변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지난 3년간의 디딤돌 소득 성과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행정단위가 적지 않은 만큼 좀 더 정교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오늘 포럼을 계기로 다음 단계 실험을 위한 깊이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의 대표 복지 정책은 디딤돌 소득은 가구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중위소득 85%, 재산 3억2600만원)을 밑도는 가구에 소득 부족분의 절반을 현금으로 선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눠주는 개념이라면, 디딤돌 소득은 대상자를 선별해 기존 복지 체계를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AI 고도화 시대, 정부 역할 중요"…국내·외 석학 한 목소리

이날 포럼에서 오 시장은 2024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제임스 A.로빈슨을 비롯해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AI) 고도화 시대,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오 시장은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복지 시스템이 요즘 같은 시대에서 유효한 것인가 매일 고민하면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라며 "이런 변화에서 국가가 무엇을 준비해야 미래세대의 불안감을 잠식시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로빈슨 교수는 "AI가 보편화되면 노동시장에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텐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50년간 인적 자원 투자로 괄목할 만한 성장해 왔으며, 이런 자산이 AI 전환기에 강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충분히 그 변화를 감당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현시점에서 1단계 소득보장 실험이 일단락되고 사후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제도를 전국화하기 위해 다음 단계 실험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설계하는 게 바람직할지 요즘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이어 서울의 디딤돌소득 실험이 전 세계 소득 연구에 기초자료를 제공했다고 자부한다"며 "AI 시대처럼 경제 구조가 급격히 바뀌는 시기에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2단계 실험을 준비한다면 전국화 내지는 해외에 모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형태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냐 묻고 싶다"라고 했다.

이에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디딤돌 소득이) 근로연계형 복지, 이른바 워크페어(workfare)로 발전하려면 남은 사각지대를 어떻게 메우고 추가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며 "그런 개선이 이뤄질 때 더 좋은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디딤돌소득포럼 개회식에서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디딤돌소득 3년 실험…"탈수급·근로소득 증가가구↑"

이후 첫 번째 세션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이정민 서울대학교 교수가 서울디딤돌소득 3차년도 성과 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황윤재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제임스 로빈슨 교수,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 줄리아 슈화 왕 국립대만대학교 부교수, 에이미 캐스트로 펜실베니아대학교 부교수가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연구 결과 서울시가 2022년 디딤돌소득을 시범 도입한 이래 올해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2차년도 대비 수급가구 탈수급율은 1.1%p, 근로소득 증가 가구는 2.8%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의료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늘고 영양상태 또한 1.3% 올랐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근로유인 촉진 효과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같은 기간 수급에 따른 소득효과로 인해 지원 기간 전체에서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근로 여부)이 10.4%p 감소했으나 이는 교육․훈련, 돌봄, 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 결과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언급했다.

줄리아 부교수는 "서울의 디딤돌소득 실험은 대만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복지개혁 논의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며 "대규모 제도 개혁을 앞둔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실험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낮은 조세·낮은 복지 구조 속에서 복지지출이 자동으로 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복지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기본소득보다 기본서비스를 확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지제도만 중요한 게 아니라 노동시장·보건·교육정책이 통합적으로 고민될 때 비로소 좋은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서울시의 실험이 그런 통합적 접근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