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서 불이?"…실전 방불 '복합재난' 대응훈련

[르포] 부산 강서체육관서 '레디 코리아' 훈련
사망 10명·부상 90명 가정…1시간 20분간 진행

부산 강서구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제3차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 사진.뉴스1 구진욱 기자

(부산=뉴스1) 구진욱 기자

"관람객 여러분, 현재 공연장 내 화재 발생으로 인해 긴급 대피가 진행 중입니다. 질서를 지켜 안전하게 대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4일 오후 2시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 약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안에서 지역축제 개막식과 함께 유명 아이돌 공연이 한창이던 순간, 무대 장비 전기 누전으로 '펑' 소리와 함께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홍보용 현수막 등 가연성 물질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연기는 순식간에 관람석을 뒤덮었다.

배기구 고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했고, 일부 출입구는 무대 장치와 행사 부스로 막혔다. 대피 인파가 한쪽으로 몰리자 1층 로비와 복도에서 병목현상이 생겼고, 2·3층 관람객까지 한꺼번에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다수가 넘어졌다. "밀지 마세요"라는 방송이 이어졌지만 체육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번 상황은 실제 사고가 아닌 행정안전부 주관의 '레디 코리아(READY Korea)' 3차 훈련이다. 행안부·문체부·소방청·경찰청·부산시 등 25개 기관에서 1024명이 참여했고, 헬기·재난지휘버스·구급차·펌프차 등 장비 72대가 동원됐다.

훈련 시나리오는 △폭발·화재 △출입구 차단 △인파 몰림 △계단 압사로 이어지는 '복합재난'을 가정했다. 피해 규모는 사망 10명, 중상 35명, 경상 55명 등 인명피해 100명, 재산피해 100억 원으로 설정됐다.

기상은 섭씨 26도, 습도 63%, 남동풍 초속 3.6m였으며, 주변은 농경지로 불길 확산 우려는 크지 않았다. 다만 김해공항 방면 고속도로와 도시철도가 인접해 장비 진입 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제3차 '레디 코리아(Ready Korea)'훈련 모습. 뉴스1 구진욱 기자
"실제 상황 방불"…신고 7분 만에 출동, 고성능 살수차 불길 제압

훈련은 오후 2시 시설관리팀이 119에 다급히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불과 2분 만에 부산 119종합상황실이 신고를 접수해 강서경찰서와 소방 출동대에 상황을 전파했고, 관람객 200여 명은 통제 인력 안내에 따라 임시대피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좁은 통로에 인파가 몰리면서 쓰러지는 인원이 속출했고, 현장은 비명과 사이렌 소리로 뒤엉켰다.

2시 7분. 구급차와 소방차가 잇따라 도착했다. 지휘차·펌프차·탱크차·굴절차가 줄지어 진입했고, 구조대는 2층 난간에 남아 있던 관람객에게 보조 마스크를 씌운 뒤 로프와 들 것으로 끌어 내렸다.

외부 테라스에 고립된 인원은 사다리차와 헬기를 동원해 구출했다. 굴절사다리차가 창문에 바짝 붙자 관람객들은 손을 흔들며 구조대 품으로 몸을 던졌다.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제3차 '레디 코리아(Ready Korea)'훈련 모습. 뉴스1 구진욱 기자

체육관 전면에서는 새로 도입된 고성능 살수차가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불길을 단숨에 제압했다. 굵은 물줄기에 연기가 가라앉자 내부 수색과 인명 구조 동선이 열렸다. 들것에 실려 나온 환자들은 임시 응급의료소로 이송됐고,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는 심폐소생술이 이어졌다.

초기 진압은 6개 진압대·3개 구조대·7개 구급대 등 110여 명이 투입돼 화재 진압과 구조를 이어갔으며, 이후 현장 규모는 급속히 확대됐다. 동아대 DMAT이 환자 분류와 이송을 맡았고, 육군 제53사단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도 차량과 헬기를 동원해 합류했다.

훈련 시나리오에 따라 사망자는 2명에서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1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00명까지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연기 흡입·질식, 압사, 골절, 화상 등 다양하게 설정됐다.

이날 현장에서 훈련을 총괄 지휘한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현장 지휘 차량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올해 전국에서 예정된 2700여 건의 지역축제 중 절반 가까이가 가을철에 집중돼 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인파사고 대응체계에 미비점은 없는지 점검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훈련은 오후 3시 20분까지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