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판단 착오에 수십억 민주화기념사업 예산 다 못 쓰고 남겨

5.18피해자 실태조사 등 행안부 교부 92억원 중 37억원 불용
국회예산처 "연내 시행가능성 낮음에도 보조금 전액 교부해"

행정안전부 청사 전경. ⓒ News1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정부의 사업 준비 미흡으로 지난해 수십억 상당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 지원액이 사용되지 못하고 이월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행정안전위원회 2021회계연도 결산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교부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 지원' 예산 92억7300만원 중 37억7710만원은 집행되지 못했다.

이중 광주광역시가 사업을 맡은 '5.18피해자 실태조사 용역사업'의 경우 교부된 5억원의 예산 중 단 2000만원만 사용됐다. 애초에 광주시는 5.18 피해자 관련 단체에 위탁해 실태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행안부가 '사업 대상과 사업 주체가 구분되지 않아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지자체 연구용역으로 사업이 변경됐고 추진이 늦어졌다.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해 5.18민주화 운동 당시 사건·현장을 재현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5.18스트리트 뮤지엄구축사업'의 경우에도 예산 10억원 중 2000만원만 집행됐다. 역시 광주시가 시행하는 이 사업의 경우에도 현장 조사 등 용역 사전작업 추진에 상당히 시간이 소요돼 지난해 9월에서야 국고보조금이 교부됐으며 이후 보안성 검토 등 정보화 사업 실시를 위한 사전절차로 예산 집행이 저조했다.

두 사업에 대해 국회예산처는 "사업 추진 방향 및 사업 대상지 현황 조사 등 사업 수행을 위한 기초 조사는 예산이 편성되기 이전에 면밀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행안부의 사업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부산, 대전, 창원에 민주화운동 관련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은 지난해 14억8500만원의 예산 중 단 4400만원이 사용됐다. 부산과 대전의 경우에는 한푼의 예산도 사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부지 선정 등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건립이 지연돼 예산 집행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화기념관 건립사업은 지난 2020년 결산 때도 실제 집행률이 최대 3.2% 수준으로 저조해 '사업의 추진 경과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국회예산처는 "지자체 보조사업 관리에 있어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사업 계획의 구체성 및 실현 가능성, 연내 집행 가능성 등에 대한 엄격한 사전 검토를 통해 교부해야 한다"며 "행안부는 각 지자체의 부지 선정 및 사전 행정절차 등이 완료되지 않아 설계비를 제외한 공사비, 감리비, 시설부대비 등의 연내 집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보조금 전액을 교부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주화기념사업지원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미집행 된 것에 대해 "5.18 실태조사의 경우 올해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스트리트뮤지엄도 다음달에 완료가 될 예정이라 잔액이 다 집행이 될 예정"이라며 "건축사업의 경우에도 창원은 착공이 됐고 나머지 2곳도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건축사업의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많이 생겼다"라며 "사업에 필요한 행정절차가 계획했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있었고 이것들을 모두 계획 단계에서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