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대' 모티브된 조선시대 UFO 사건은?…조선실록 일화 공개
"선조, 명나라 장수가 데려온 흑인병사 보고 신기해 해"
- 박정양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18일 '2016 세계기록총회'를 맞아 공개한 조선왕조실록에는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일화들을 담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된 UFO 보고서를 비롯해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사로 우리나라에 온 흑인병사 이야기, 귀양 간 코끼리 이야기, 삼둥이 양육비 지원 논란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공개됐다.
◇조선시대 UFO 사건
1609년 광화군일기에는 화광에 대한 기록이 모두 17번 나온다. 이 중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된 광해 1년 9월 25일 세 번째 기사가 가장 상세하게 UFO를 묘사하고 있다.
이형욱 강원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같은 해 8월 25일 강원도에서는 다섯 곳에서 UFO가 목격됐다. 간성군에서는 햇무리 모양, 원주목은 붉은 색 베, 강릉부는 큰 호리병, 춘천부는 큰 동이, 양양부는 세숫대야 모양이라고 표현됐다. 양양부 품관(品官)인 김문위가 가장 가까이에서 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609년 9월 25일은 이형욱 감사가 UFO 관측내용을 보고한 날이다. 그러나 실제 발생일은 8월 25일이다. 각 각 군(郡)·부(府)가 관측된 내용을 보고하자 이형욱 감사가 기이한 현상이라고 판단해 확인조사에 들어가고 이를 다시 취합해 조정에 보고하는데 한 달여가 걸렸다.
◇명나라 장수가 조선에 데려 온 흑인병사
선조실록 1598년 5월 26일 명나라 파수꾼 장수 팽신고가 흑인병사를 소개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팽신고는 연회에서 임금과 담소를 나누던 중 "제가 데리고 온 얼굴 모습이 다른 신병(神兵)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상(선조)께서 신기해 하셨다는 대목이다.
팽신고는 "호광(湖廣)의 극남(極南)에 있는 파랑국(波浪國, 포르투갈) 사람입니다. 바다 셋을 건너야 호광에 이르는데 조선과의 거리는 15만여 리나 됩니다. 그 사람은 조총(鳥銃)을 잘 쏘고 여러 가지 무예(武藝)를 지녔다"고 소개했다.
실록은 이날 처음 본 흑인병사에 대해 "일명은 해귀(海鬼)로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磻桃)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고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곡식을 너무 축내 애물단지 된 코끼리
태종 11년에 일본국왕으로부터 코끼리를 선물을 받게 된다. 코끼리는 날마다 콩 4~5두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코끼리가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지금으로 말하면 국토교통부 차관쯤 되는 공조전서를 지낸 이우가 죽게 되는 사건).
사람 먹을 양식도 부족한데 코끼리가 1년에 수백석이 넘는 엄청난 식량을 축내는데다 살인사건까지 일어나자 급기야 코끼리를 전라도의 한 섬에 보내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태종은 마지못해 이를 허락하게 된다. 코끼리가 귀양을 가게 된 셈이다.
동물재판의 주인공 코끼리는 수십 척의 어선과 병선이 동원된 가운데 순천부의 장도(지금의 보성)로 옮겨졌다.
세종 3년 3월 또 다시 코끼리에 대한 보고가 왕에게 올라온다. 이번에는 충청도 관찰사가 우는 소리를 한다. 공주에서 먹이를 주던 종이 코끼리 발에 채여서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관찰사는 사람을 죽인데다 1년에 먹는 쌀과 콩이 너무 많다며 코끼리가 나라에 아무런 유익이 없으니 다시 섬으로 보내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하소연을 한다. 세종은 어쩔 수 없이 관찰사의 청대로 하라고 했는데 코끼리가 불쌍했는지 "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보내고 병들어 죽게 하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삼둥이 양육비 지원 논란
세종실록 53권 1431년 7월 5일에는 세 쌍둥이 지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조선시대에도 세쌍둥이를 낳은 일은 임금이 직접 하사품을 내릴 만큼 경사스럽고 중요한 일이었다.
임금이 쌀과 콩 10석을 하사했던 것이다. 쌀 10석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280여만원(20kg, 4만원). 현재 각 지자체가 셋째 이상 자녀 출산 시 지급하는 최저 10만원부터 최고 720만원(강원도 횡성군)과 견주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실록에는 임금과 승지가 세 쌍둥이 지원에 대해 논의했던 기록도 나온다.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두 아이가 죽고 한 아이만 살아서 지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을 모았는데 임금은 지급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승지 안승선의 반대로 지급은 하되 결국 5석을 하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국가기록원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강당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우리 기록문화의 정수인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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