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지방세 감면에 지자체 '부글부글'
"취득세 인하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지방세 건드리나" 비판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년을 맞은 민선 지방자치지만 '2할짜리'라는 자조가 나올 만큼 상황은 열악하다.
지방정부의 재정과 자치사무 권한이 중앙정부의 20%에 불과한 현실을 빗대 '2할짜리 지방자치'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지방정부는 곳간을 틀어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등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정책은 늘어가지만, 국고보조는 부족해 지방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로 충격이 컸던 지자체는 정부가 최근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지방세 감면 확대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취득세 등 지방세목을 지렛대로 삼아 지자체만 쥐어짜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16일 국토부에 따르면 신규분양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로 활용할 경우 현재는 60㎡이하 취득세 전액 면제, 60~85㎡ 이하 25% 감면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앞으론 이를 신규분양 뿐 아니라 기존 주택까지 포함하고 단독이나 다가구 등 모든 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지방세를 정책수단 삼아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취득세율 영구인하로 인해 지방세수가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한 지자체의 반발이 컸음에도 또다시 지방세인 재산세 감면 논의가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박맹우 울산시장)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지방세 비과세‧ 감면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를 정비해 지방이 겪고 있는 재정난을 해결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자치권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2012년 한 해만 해도 정부가 전체 지방세 대비 22% 규모인 15조2430억원을 비과세·감면해 지방 재정난이 가중됐다"며 "또다시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확대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정책을 시행할 경우 17개 시도 전체로 볼 때 연간 최소 3000억원의 세수가 감소된다. 이는 시도 규모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 없다"며 "안행부 등 다른 부처와 논의해 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재정 고려나 사전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도 지방정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높다.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세 감면을 확대하는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흔드는 행위라는 것.
또한 협의회 측은 지방세 특례 등 지방세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가 심의토록 지방재정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관계부처 장관 및 지방추천인사가 포함되어 있는 지방재정부담심의원회를 통한 정책결정의 필요성도 함께 주장했다.
◇정부는 슈퍼갑…만만한 지방세 좌지우지
지난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취득세 인하' 방침을 두고 정부가 '슈퍼 갑(甲)' 행세를 한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정부가 하는 대표적 '갑질'은 지자체의 재원인 '지방세'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 중 80%를 가져간다. 지방세율은 20% 정도다. 온전히 지방세로 분류된 세금인 취득세율도 정부가 좌지우지한다.
취득세 영구인하로 예상되는 지자체의 재정 감소액이 최대 7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지방세를 정책 수단으로 삼아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한다'는 게 지자체 대부분의 입장이다. 지자체별로 취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50% 수준이다.
취득세가 전체 세수의 55.7%를 차지하는 경기도를 비롯해 충북(55%), 경남(52%), 전남(49%), 대구(48%), 인천(40%) 등은 심각한 재정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 "우리를 지방 출장소 취급하느냐"…중앙-지방정부간 갈등 반복
지난해 7월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이 발표되자 즉각 전국 시도지사 10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중앙-지방정부간 갈등이 심상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간의 훼손된 신뢰관계이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소비세를 20%까지 주겠다고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보편적 복지에 대해 중앙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약속도 실천되지 않았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등 늘어난 복지사업으로 인한 부담도 지방재정을 어렵게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예산은 약 1조원이 늘어난다. 기초연금법이 통과돼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면 재정 부담이 2배로 늘어나 노인인구가 많은 지자체는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는 갑자기 늘어난 무상보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무상보육 대란'이 코앞까지 닥치는 위기를 겪었다.
서울시의 경우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겨우 대란을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와의 감정싸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는 복지는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비용을 중앙과 정부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재정확보 방안 없이 공약을 남발해놓고 은근슬쩍 그 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는 것은 아직도 지자체를 중앙정부에 예속된 것으로 보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했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정부는 돈을 부담하면서도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이든 세제개편이든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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