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쇼크]지자체 '아우성'…"모든 수단 동원해 막겠다"
"선심은 국가가, 재정부담은 지자체에"…집단 반발 움직임
김관용 경북지사를 비롯한 전국시도지사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방침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는 주택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관용 경북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유한식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2013.7.23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의 '주택 취득세율 인하 방침' 발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무상보육 정책 시행으로 이미 상당한 재정부담을 떠안은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난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취득세 인하를 강행할 경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도가 부과하는 지방세인 취득세는 2011년 결산 기준 14조824억으로, 시·도세 총액 38조6110억원의 36.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주택부문 취득세는 4조8937억원으로 전체 취득세의 34.8%에 달하는 주요 세원이다.
시·도별로 취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자체에 따라 30~55%로, 주택 취득세율 인하로 당장 내년도 추정되는 세수 손실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수조원의 세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재원보전 대책 없는 취득세 인하 정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책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한편, 불 보듯 뻔한 재정난에 한숨을 쉬고 있다.
남굼영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취득세 인하는 실제 주택거래량과 상관관계가 적고 주택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정부가 취득세율을 1%포인트만 낮춰도 약 412억원의 세입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유연식 서울시 여성가족정책담당관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취득세까지 인하되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된다"며 "서울시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5474억원이던 무상보육 예산이 올들어 1조656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취득세 감면만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영구 인하라면 재정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 재정 뿐 아니라 2018 평창동계 올림픽까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를 채널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만에 하나 중앙정부가 보전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취득세를 내린다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세의 핵심 세원에 손을 대면서도 지방과 사전 조율 한번 없었다는 데 대해 이들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자체와 단 한차례도 의견수렴 과정 없이 언론을 통해 취득세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지방재정은 안중에도 없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경기만 고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모자라 부족한 지방세수 보전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지자체의 고유권한을 무시한 작태이자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지방분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지자체들은 지방소비세 인상, 교부세와 보조금을 통한 보전, 보유세 인상 등 취득세 인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보전책에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2010년 부가가치세의 5%로 지방소비세가 신설될 당시 2013년부터 10%로 높이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교부세와 보조금을 통한 지원은 재정자립도를 떨어뜨려 중앙정부 예속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방소비세 비중이 늘면 반대급부로 국세는 줄기 때문에 중앙에서 받는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높다.
보유세 인상은 국민 대다수가 납세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고, 주택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어 취득세 인하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모든 시도지사들이 취득세를 다른 세금으로 보전하는 문제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지방소비세를 20%까지 주겠다고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보편적 복지에 대해 중앙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약속도 실천되지 않았다"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대선에서 재정이 부담이 큰 복지공약을 남발해놓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정부를 옥죄는 중앙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 없이 오직 당선을 위해 공약을 남발해 놓고 은근슬쩍 책임을 지방에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지자체를 국가에 예속된 것으로 보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자체에 대한 재원보전 대책 없이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주는 지자체가 넘는 격"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정부 발표 이튿날인 23일 즉각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열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협의회는 공동성명서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국세인 양도세 개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통설인데 정부가 정책효과가 극히 제한적인 취득세를 활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지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득세율 인하를 계속 추진할 경우 국회 입법과정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대한의 수단을 동원해 정부 방침을 철회하도록 하고 그래도 안되면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입법과정에서 저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시도지사들은 앞서 지난 9일에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취득세는 지방세로 시도 세수의 평균 40%를 상회하는 주요 세원"이라며 "취득세율 인하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집단 행동에 나서는 동시에 시민단체들도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광주참여자치21 등 전국 시민단체 17개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방자치 근간을 흔드는 주택취득세 감면 조치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차윤주·한종수·장은지(서울)·박동욱·박광석(부산·경남)·김영재(충북)·이승석(전북)·심영석(대전·충남)·신효재(강원)·김한식(광주·전남)·이재춘·김대벽(대구·경북)·이상민(제주)·이상길(울산)·송용환(경기)·주영민(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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