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검찰' 역사 속으로"…81년 강릉·59년 속초 '공소청'으로
강원 동해안 형사사법 한 축…'함흥지법 강릉지청 검사 분국'시절도
살인·마약부터 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까지 지역 현대사와 함께
- 윤왕근 기자
(강릉·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부터 81년간 강원 동해안의 형사사법 한 축을 담당했던 '검찰청'이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일부터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면서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과 속초지청 역시 새로운 간판을 달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함께 담당해 온 검찰 조직은 직접수사권을 내려놓고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바뀐다.
강원 동해안 검찰의 역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보다 오래됐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식 연혁을 보면 '강릉 검찰'의 뿌리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7년 12월 26일 '경성지방재판소 강릉구재판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에는 '경성지방재판소 춘천지부 강릉구재판소'로 기록돼 있으며 1914년부터는 '함흥지방법원 강릉지청 검사 분국'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에도 공식 연혁에는 '함흥지방법원 강릉지청 검사 분국'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해 11월부터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이라는 현재까지 이어진 명칭이 등장한다.
당시 관할구역은 현재와 크게 달랐다. 강릉뿐 아니라 양양과 삼척, 울진까지 관할했고 1954년 38선 이북지역 행정수복 이후에는 고성 일부까지 강릉지청 관할에 포함됐다. 이후 1955년에는 강릉시와 명주·삼척·양양·고성군을 관할했다.
지금과 같은 동해안 남·북부 검찰 관할의 골격이 만들어진 것은 1967년이다.
그해 3월 30일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개청하면서 양양군과 고성군이 강릉지청에서 속초지청으로 넘어갔다. 속초지청은 1970년 독립청사를 마련했고 1994년 합의지청으로 승격했다. 2022년에는 속초시 법대로 17의 현재 청사를 준공했다.
현재 강릉지청은 강릉·동해·삼척 3개 시와 강릉·동해·삼척경찰서, 동해해양경찰서를 관할한다. 속초지청은 속초시와 고성·양양군, 속초·고성경찰서와 속초해양경찰서를 관할한다.
특히 속초지청은 스스로를 '38선 이북의 유일한 검찰청'으로 소개해 왔다. 고성군까지 관할하는 동해안 최북단 검찰기관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가진 곳이다.
80여 년 동안 강릉·속초지청은 동해안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공직·선거·해양범죄의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아왔다.
최근 강릉지청이 처리한 사건들만 봐도 동해안 지역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2024년에는 청소년 17명을 포함한 피해자 41명을 상대로 한 상습 디지털 성폭력 사건을 기소했고, 100억 원 규모 자금세탁 사건도 처리했다. 2025년에는 검찰이 '역대 최대 규모 마약 밀반입 선박' 사건으로 규정한 사건의 선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
같은 해 경찰의 수사중지 사건에 시정조치를 요구해 '노쇼 사기' 피해금 세탁책을 구속기소했고, 올해 1월에는 자살로 처리될 뻔했던 80대 남성 사망사건을 보완수사 요구와 직접 보완수사, 과학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강릉지청은 당시 이 사건을 '암장될 뻔한 살인 사건'으로 소개했다.
지난 7월에는 경찰에서 성매매 사건 등으로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40대 남성에게 미성년자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검찰청' 체제에서 강릉지청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피의자를 구속기소한 마지막 사건으로 남게 됐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올해 상반기 사법통제 우수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속초지청의 역사는 접경지역이라는 강원 북부 동해안의 현대사와도 맞닿아 있다.
속초지청은 2022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진실규명 협력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과거 납북됐다 돌아온 뒤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던 어민들의 명예회복 작업에 나섰다.
같은 해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이어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납북귀환선원 9명의 명예회복을 위한 직권 재심도 청구했다.
최근에는 고성군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를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 단계에서 주류 1병과 관련한 혐의로 시작된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경찰 재수사, 검찰 직접 보완수사를 거치면서 현금 200만 원 등 추가 금품수수 정황과 다른 군의원의 뇌물수수 혐의까지 드러났다.
전체 7석인 고성군의회 의원 3명이 같은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뇌물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고, 검찰은 이달 3일 금품을 건넨 전직 군의원에게 징역 3년 등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1심 판단은 10월 22일 내려질 예정이다.
분단과 접경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과거사부터 지방의회 선거를 둘러싼 부패범죄까지 속초지청이 다뤄온 사건에도 강원 북부 동해안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2026년 10월 2일, 동해안 검찰의 역사에도 큰 변곡점이 찾아온다.
검찰청법 폐지와 공소청 체제 전환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사라지고 수사의 주체는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된다.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중심으로 역할이 재편된다.
현재 강릉지청에는 형사부와 수사과 등이 설치돼 있다. 수사과에는 수사계가 있으며 검찰청 체제에서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업무를 담당해 왔다.
공소청 전환을 목전에 둔 현재 강릉지청에는 검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강릉지청 검사 6명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 규모는 검사 1명당 100~150건 안팎으로 알려졌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현대 검찰 조직으로 출발한 강릉지청은 81년, 1967년 강릉에서 분리돼 문을 연 속초지청은 59년 만에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게 됐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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