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넘다 '골든타임' 놓칠라…영동권 심뇌혈관센터 들어설까

강원 권역센터 춘천 강원대병원 1곳…영동·영서 지리적 장벽 여전
강릉시의회 "강릉아산 추가 지정"…'진료권 중심' 제도 변화 변수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의료진이 환자 처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뉴스1 DB)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에서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시간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생활·의료권이 사실상 나뉜 강원도에서는 환자가 어느 지역에서 쓰러지느냐에 따라 최종 치료 거점까지의 거리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원 영동권에는 별도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없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센터의 권역 설정을 실제 의료 이용이 이뤄지는 '진료권'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을 마련하면서 영동권에도 별도의 최종 치료 거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4일 강릉시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강원지역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춘천 강원대학교병원 1곳이다.

정부는 2008년부터 중증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전문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운영해 왔다.

문제는 강원의 지리적 특수성이다.

강원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가 나뉘어 있다. 영동지역에서 춘천 등 영서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산악지형을 넘어야 한다. 만약 겨울철 폭설과 안개, 주말·휴가철 차량정체 등이 겹치면 이동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처럼 발병 이후 얼마나 빨리 전문적인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환자의 생명과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서는 이 같은 지리적 여건이 단순한 이동 불편을 넘어 '골든타임'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영동권은 정주인구뿐 아니라 연중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변수다.

실제 영동권의 중증 응급의료는 강릉아산병원이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 영동권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은 고성·삼척 등 강원 영동지역은 물론 경북 울진·영덕 등 경북 동해안 북부지역 환자까지 유입되는 사실상의 최종 치료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월평균 약 2200명의 환자가 내원하며, 이 가운데 중증·준중증 환자 비율은 83.1%에 이른다.

강릉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119 구급차가 환자 이송을 위해 들어서 있다.(뉴스1 DB)

최근 강릉시의회는 강릉아산병원을 영동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추가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하고 나섰다.

강릉시의원 19명 전원은 건의안에서 "춘천 강원대병원 한 곳이 도 전역의 심뇌혈관질환을 담당하는 현 체계에서는 지역완결형 치료체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백산맥과 기상악화, 차량정체 등을 감안하면 영동지역 중증환자의 장거리 이송에 따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게 시의회의 주장이다.

시의회는 강릉아산병원을 영동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추가 지정하고 기존 응급의료 인프라를 기반으로 심뇌혈관질환 전문치료 역량을 강화해 영동권 최종 치료 거점으로 육성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초기 진단·처치부터 권역센터 이송과 최종 치료 등이 이어지도록 영동지역 의료기관 사이에 24시간 진료·이송 핫라인과 협진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의료인력과 시설·장비 확충을 위한 국가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건의안에 담겼다.

이번 요구가 주목받는 것은 정부의 권역 설정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4월 관련 법령을 개정해 권역 설정 방향을 기존 행정구역이 아닌 실제 의료 이용이 이뤄지는 진료권을 중심으로 마련하면서, 영동과 영서로 분리된 강원의 의료 현실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게 시의회의 판단이다.

영동권 의료계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원도 역시 영동권과 영서 남부권의 의료 접근성을 고려해 기존 춘천 중심 체계를 보완할 추가 의료거점의 필요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관건은 권역센터 추가 지정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다. 센터를 추가로 지정하려면 전문 의료인력과 시설·장비, 24시간 치료체계 등 실질적인 의료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정부 차원의 행정·재정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

강릉시의회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영동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추가 지정은 영동지역의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강원도 전체의 심뇌혈관질환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