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공포의 이안류'에는 해경 구조대원도 역부족

속초해경 구조대 직접 시연…구명조끼·너울성 파도 대응법 집중 교육
올해 동해안 연안사고 52건·22명 숨져…50대 이상 사망자 82%

10일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에서 속초해양경찰서가 주관한 이안류 사고 시연 행사에서 시연을 맡은 해경 구조대원이 집채 만한 파도에 순식간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속초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10/뉴스1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살려주세요!"

해수욕장 운영이 한창인 10일 오전 강원 양양 낙산해변.

사람 키만 한 너울성 파도가 연이어 밀려오는 바다에서 붉은 헬멧과 구명조끼를 착용한 해양경찰 구조대원이 순식간에 먼바다로 떠밀려 나갔다.

구조대원의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지자 백사장에 모여 있던 피서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다로 향했다.

이날 상황은 속초해양경찰서 구조대 박현수 경장과 권오현 경장이 이안류(역파도)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몸을 맡긴 안전 시연이었다.

두 구조대원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일부러 이안류에 몸을 실었다. 거센 물살은 순식간에 두 사람을 해변에서 멀어지게 했고, 사람 키만 한 너울성 파도는 구조대원의 모습까지 완전히 삼켜버렸다.

잠시 후 파도 사이로 헬멧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백사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공에서는 드론이 구조 상황을 실시간 촬영했고, 해변에서는 구조요원들이 구명환과 구조줄을 준비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실제 연안사고 구조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에 시민들은 숨을 죽인 채 시연을 지켜봤다.

10일 오후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에서 있었던 속초해경 주관 이안류 체험행사에서 시연을 맡은 구조대원들이 착용한 바디캠 영상.(속초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10/뉴스1

이날 시연은 단순한 구조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전문 구조대원조차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이안류의 위험성을 직접 보여주고, 사고 발생 시 생존 요령을 알리기 위한 체험형 교육이었다.

해경은 이안류에 휩쓸렸을 경우 가장 위험한 행동은 해변을 향해 무작정 헤엄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살을 정면으로 거슬러 가려 하면 체력이 급격히 소진돼 오히려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등을 대고 누워 부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리거나, 물살을 거슬러 가지 말고 흐름과 직각 방향으로 빠져나온 뒤 해안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연에 참여한 권오현 구조대원은 "전문 구조요원인 우리도 직접 이안류를 체험해 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며 "너울성 파도가 치는 날에는 무엇보다 입수를 자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신경진 속초해양경찰서장은 "동해안의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는 매우 위험하며 해양경찰 구조대원들도 구조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며 "특히 너울성 파도가 발생할 때는 바다에 들어가지 말고 안전요원의 통제를 반드시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오후 속초해경 주관 이안류 시연.(속초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10/뉴스1

실제 통계도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동해안에서는 연안사고 52건이 발생해 22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13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으며,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18명으로 전체의 82%에 달했다.

특히 피서객이 몰리는 7월 이후 최근 한 달 동안 발생한 연안사고 사망자는 8명이며, 이 가운데 50대 이상이 7명(88%)으로 집계됐다.

몇 분간 이어진 시연은 짧았지만 이안류의 위력은 충분했다. 파도에 몸을 맡긴 구조대원은 눈 깜짝할 사이 해안에서 멀어졌고, 거센 너울은 사람의 모습을 집어삼킬 만큼 위협적이었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이안류와 너울성 파도는 육안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반드시 안전요원이 배치된 지정해수욕장을 이용하고, 통제나 입수 금지 안내가 내려지면 절대 바다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구명조끼 착용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