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물 자주 뿌리면 폐사 증가"…냉풍기·얼음으로 버티는 양돈농가

'중대폭염경보' 발효 강원 내 양돈농가 사투
출하량 줄었는데 사룟값 그대로 '이중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6일 춘천 신북읍의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들이 돈사 바닥에 누운 채 더위를 견디고 있다.(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양돈농가들이 냉풍기를 밤낮없이 돌리고 돈사 바닥에 물을 뿌리거나 얼음까지 동원하며 돼지 폐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 오후 춘천 신북읍의 한 양돈농가. 돈사 안에서는 냉풍기 수십 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바닥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작업도 반복됐다.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가 있는 돈사에는 얼음도 제공됐다.

25년째 이곳에서 돼지 4000마리를 사육하는 조우형 씨는 폭염이 시작된 뒤 냉풍기 약 80대와 냉방시설 17대를 밤낮없이 가동하고 있다.

조 씨는 "출하를 앞둔 돼지는 24~25도 정도에서 가장 잘 견디는데 요즘은 한낮이면 돈사 안이 32도까지 올라간다"며 "30도 이상은 넘기지 않으려고 점심 전과 오후 2~3시쯤 돈사 바닥에 물을 뿌려 순간적으로 3~4도 정도 온도를 낮추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을 너무 자주 뿌리면 습도가 높아져 돼지가 더 견디지 못한다"며 "더우면 덜 먹고, 덜 먹으니까 덜 큰다. 낮에는 사료를 거의 먹지 못하고 해가 진 뒤에야 그나마 먹이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위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증체가 떨어져 출하도 평소보다 일주일 정도 늦어지고 있다"며 "혹서기에는 일반적인 시기보다 폐사율도 조금 높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아프리카돼지열병(ASF)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취약할 수 있어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0년째 춘천 신동면 팔미리에서 돼지 2000마리를 키우는 차종원 씨도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선풍기를 쉬지 않고 돌리고 있었다.

차 씨는 "올여름 들어 폐사율이 평소보다 2배 정도 늘었다"며 "물을 계속 뿌리면 습도가 높아져 오히려 폐사할 수 있어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더위 때문에 사료도 잘 먹지 않아 생육이 늦어지고 있다"며 "평소에는 한 달에 250마리 정도 출하했는데 지금은 200마리 정도밖에 출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하량은 줄었는데 사룟값은 그대로 나가 큰일"이라며 "냉방시설을 더 갖추고 싶어도 비용 부담이 커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춘천, 횡성, 홍천평지에는 강원에서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도내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가 이어지면서 지난 5일 기준 닭 1만 9950마리와 돼지 538마리 등 모두 2만 488마리가 폐사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