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살릴 인명구조함, 찾기부터 어렵다…양양만 달랐던 이유
양양, 21개 해수욕장에 안내 깃발 39개 설치
강릉·속초·동해·삼척선 구조함 식별 어려워…일부 장비 노후화도
- 윤왕근 기자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저 빨간 깃발만 보고도 구조함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겠네요."
24일 오전 찾은 강원 양양 낙산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 설치된 수상인명구조장비함 옆으로 빨간색 배너형 안내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깃발에는 큼지막하게 '물놀이 구조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멀리서도 구조함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함 내부에는 구명조끼와 구명환, 구조로프 등이 비치돼 있었고, 누구나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건장치 없이 개방된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다.
반면 23일부터 이틀간 둘러본 강릉 경포해수욕장과 동해 망상해수욕장, 속초해수욕장, 삼척해수욕장의 상황은 달랐다.
일부 수상인명구조장비함은 해수욕장 안내시설이나 물놀이 용품 대여소, 레저시설 홍보물 뒤에 가려져 있었다. 넓은 백사장에서는 위치를 한 번에 찾기 어려웠다.
실제 기자가 이날 동해안 한 해수욕장에서 발목까지 물이 닿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수상인명구조장비함을 찾아본 결과, 구조함을 발견하는 데 약 5분이 걸렸다.
해당 해수욕장의 구조함은 물놀이 용품 대여소 뒤편에 설치돼 있었는데, 사전에 위치를 모르는 피서객이 위급 상황에서 즉시 발견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삼척해수욕장은 해변 가까이에 노출형 구조장비를 설치해 상대적으로 식별이 쉬웠지만, 상당수 해수욕장은 구조함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일부 구조함은 외부 유리창이 바래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고, 구명조끼가 닳거나 부식된 흔적도 확인됐다. 위급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망상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이 모 씨(34·서울)는 "인명구조함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사고가 나면 당황해서 찾다가 시간을 허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낙산해수욕장을 찾은 김 모 씨(50대)는 "빨간 깃발이 멀리서도 눈에 띄어 위급할 때 바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해수욕장에서는 이런 장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양양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부터 지역 21개 지정 해수욕장에 총 39개의 배너형 안내 깃발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수욕장 규모와 구간별 특성을 고려해 1~4개씩 배치했으며, 낙산해수욕장의 경우 3개 이상이 설치돼 있다. 수상인명구조장비함의 위치를 쉽게 알리고, 연안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양양군 관계자는 "수상인명구조장비함은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깃발만 보고도 구조함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동해청 관할 연안사고는 최근 4년간 총 267건이 발생, 이 중 73명이 숨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2년 54건(사망 17명), 2023년 84건(19명), 2024년 61건(22명), 2025년 68건(15명) 등이다.
특히 사망 사고 상당수는 피서객이 몰리는 7~8월 집중됐다.
올해도 이달까지 23건의 연안사고가 발생해 8명이 숨졌다. 특히 강릉에서만 8건의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수상인명구조장비함은 익수 사고 발생 시 일반 시민도 사용할 수 있는 긴급 구조장비다. 구명환과 구명조끼, 구조로프 등이 비치돼 있으며, 사고 초기 대응 여부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해안 지자체 관계자는 "솔직히 구조함은 설치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지, 식별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양양 사례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연안사고는 최초 목격자와 주변 시민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구조장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위치를 알기 어렵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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