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연상녀 숨지게 한 30대, 강도치사·유사강간치사죄로 징역 13년
법원 직권으로 새 혐의 적용…"살해 고의는 인정 어려워"
- 신관호 기자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교제하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경찰이 적용한 혐의가 아닌 직권으로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김지현 부장판사)는 23일 강도살인·유사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30)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직권으로 강도치사·유사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등에 각 10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검찰 보완수사 이전 경찰 수사단계에서 적용됐던 상해치사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
A 씨는 지난 1월 23~24일쯤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B 씨(40)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하는가 하면, 다친 B 씨를 상당 시간 방치해 끝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밝힌 A 씨의 범행 동기는 B 씨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 등이다.
경찰은 당시 사건 후 A 씨를 폭행치상 혐의로 체포했는데, 병원을 찾았던 B 씨가 얼마 뒤 숨지자 상해치사 혐의로 A 씨를 구속 송치한 바 있다. 이후 보완수사를 벌인 검찰은 경찰이 적용한 혐의보다 무거운 죄목인 강도살인·유사강간살인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A 씨가 벌금 명목으로 돈을 뺏고 성범죄도 저질렀으며,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B 씨를 방치해 외상성경막하출혈 등으로 숨지게 했다고 판단, 경찰과 다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A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다만 경찰이 적용했던 상해치사 혐의는 인정했다. B 씨가 다쳐 숨진 것이지, 고의적 살해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변호인은 A·B 씨의 관계가 부적절했지만 실제 교제했던 사이였고, 살해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과 다른 혐의를 적용했다. 강도·유사강간에 대해선 인정하되, 각 범행에 따른 살인이 아닌 치사 혐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유·무죄로도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살인의 고의에 대해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상황을 녹음했는데,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면 파일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부검·법의학 감정 결과를 보면 피해자 몸에서 다수 멍 자국이 확인되지만, 살해를 위해 급소 등을 공격했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평소 피해자가 알코올중독성 간질환을 앓는 등 강하지 않은 충격에도 외상성경막하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던 체질이었다"고 봤다.
다만 김 판사는 "피고인은 잠시 떨어져 있겠다는 피해자 요구를 묵살하고 폭행하며 압박해 벌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원치 않는 유사성행위를 하게 한 점은 인정된다"면서 "범행과 사망의 인과 관계 등에서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skh8812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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