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 돈으로 선거사무실·현수막…전 강릉시의원 벌금 800만원

법원 "선거 공정성 해쳐"…동문회장·회계책임자도 벌금형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전경.(뉴스1 DB)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동문회 사무실을 사실상 선거사무소로 사용하고 동문회 자금으로 정치활동 홍보 현수막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강원 강릉시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이배근 부장판사)는 23일 50대 A 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징금 178만 원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동문회 관계자이자 A 씨의 후원회장 B 씨에게는 벌금 100만 원, 당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C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 씨의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와 관련된 6개 혐의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발생했다.

이 기간 A 씨는 동문회 사무실 임차료와 현수막 제작비 등을 동문회 자금으로 부담하게 하고, 미신고 계좌 또는 회계책임자가 아닌 사람을 통해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강릉시청 소속 공무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선거비용 관련 증빙서류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형식상 동문회 사무실이었던 해당 공간이 실질적으로 A 씨의 정치활동과 2022년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사무실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2021년 초부터 선거사무소로 사용할 공간 확보를 논의한 점, 동문회가 과거 별도 사무실을 유상 임차한 전례가 없었던 점, 사무실에서 동문회 활동과 무관한 정치행사가 열린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지방선거 종료 후 임대차계약이 갱신 없이 종료됐고, 이후 동문회가 별도 사무실을 임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동문회가 대신 낸 월 임차료 360만 원 상당을 정치자금 기부로 보고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임대보증금 100만 원은 계약 종료 후 반환되는 성격의 돈으로 A 씨가 실질적인 사용·처분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강원강릉시의회 전경.(뉴스1 DB)

동문회 자금으로 제작한 현수막 비용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현수막 문구가 동문회 내부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해진 것이 아니고, A 씨가 직접 시안을 전달하고 제작을 지시한 점 등에 비춰 개인 인지도와 정치적 기반을 높이기 위한 정치활동으로 봤다.

미신고 계좌와 회계책임자가 아닌 사람을 통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공식 회계책임자는 C 씨였지만 약 2개월간 A 씨의 배우자가 실질적인 회계업무를 수행했고, 피고인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강릉시청 소속 공무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행위 역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식사 참석자들이 A 씨가 의원으로 활동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지역 주민의 민원과 현안 처리에 관여할 수 있는 사람들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의례적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식사비 13만 2000원 가운데 A 씨 본인 몫인 2만 6400원은 타인에게 제공한 이익이 아니라며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선거비용 관련 증빙서류 허위 기재 혐의에 대해서도 회계책임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하면서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허위 작성하거나 위·변조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시의원으로서 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음에도 동문회를 선거사무소 운영과 정치활동 홍보에 동원했다"며 "이로 인해 동문회 활동이 왜곡되고 내부 갈등까지 발생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관계, 지역사회의 특성, 공직선거법이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취지 등을 고려하면 관례적이거나 의례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무실 임차료 명목으로 받은 이익 일부를 사후 반환한 점, 식사 제공이 한 차례에 그친 점, 일부 회계처리 위반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