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시킨 대로"…장애동생 살해 혐의 70대 첫 재판서 항변

춘천지법 원주지원 9일 살인·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부부 공판
검찰 "형은 때리고, 형수는 붙잡아"…피고인 측 "과실에 불과"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지난해 강원 원주에서 발생한 '장애인 동생 사망 사건' 첫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혐의 적용을 두고 맞섰다.

검찰은 중증 정신장애가 있는 친동생을 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70대 남성과 그의 사실혼 배우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과실로 인한 치사 수준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김지현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71·남)와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의 사실혼 배우자인 B 씨(58·여)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1부(이은주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6일쯤 원주시 반곡관설동 주거지에서 중증 정신장애가 있는 친동생 C 씨(54)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이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A 씨가 20분가량 C 씨의 배를 걷어찼고, B 씨는 C 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B 씨가 폭행 이후 복통을 호소하고 구토를 반복하는 등 위독한 증상을 보인 C 씨를 방치해 급성 복막염으로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A 씨가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집에서 C 씨를 반복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체벌로 귀신을 다스린다'며 C 씨를 여러 차례 때리고, 한때 C 씨의 귓바퀴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당초 경찰은 지난 5월 A 씨에게만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약 3주간 보완수사를 벌여 A 씨에게 더 무거운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B 씨의 공범 혐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USB를 확보하고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법의학 감정, 추가 의료기록 확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관 진술 등을 통해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방치한 혐의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뉴스1 DB)

하지만 A·B 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사건 당시 A 피고인의 행위는 가격이 아니라 배를 미는 정도였다"며 "과실로 인한 치사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친자식을 돌보는 것처럼 C 씨를 대했다"며 "오직 사랑의 마음과 간절한 심정으로 피해자를 살폈다. 피해자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고인들인 만큼 세심하게 살펴 달라"고 했다.

A 씨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공소장을 읽어봤다"며 "병원마다 동생을 내보내 사정이 되지 않는데도 제가 데리고 살았다.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제가 믿는 하나님이 장애인 학대를 시킨 것이냐"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 A 씨에 대한 보석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향후 사건 심리와 함께 보석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할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8월 27일 열린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