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동해…'바다의 로또' 참다랑어가 던진 서늘한 경고

참다랑어 438톤 역대급 어획…해변엔 고등어 폐사·참치 사체
전문가 "기후변화가 바꾼 동해…대형 상어 출현도 늘 가능성"

지난 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위판장에 정치망 어선이 조업 중 잡아 올린 대형 참다랑어. 이날 주문진항에서는 최대 길이 2m, 무게 140㎏에 달하는 참다랑어 170여 마리가 한꺼번에 위판돼 눈길을 끌었다. ⓒ 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불과 열흘 사이 강원 동해안에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 장면이 연이어 펼쳐졌다.

주문진항 위판장에는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 170여 마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속초 해변에는 참다랑어 사체 5마리가 떠밀려왔고, 강릉 해변에는 고등어와 청어 등 소형 어류 수천 마리가 떼죽음한 채 밀려왔다.

각각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하나의 원인을 지목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그로 인한 먹이사슬 변화다.

펄펄 끓는 동해…참다랑어는 '대풍'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강릉 해역 표층수온은 최고 21.1도, 평균 20.4도를 기록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6년 6월 19일 평균 수온은 19.4도였다. 같은 날짜 기준 평균 수온이 10년 새 1도 오른 것이다.

그 결과는 어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주문진항에서는 정치망 어선 2척이 길이 1.5~2m, 무게 100~140㎏급 참다랑어 170여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 올렸다. 하루 조업량이다.

강원도 참다랑어 어획량도 전반적으로 폭증했다.

강원도 제2청사 해양수산국에 따르면 2020년 31톤이던 어획량은 2021년 39톤, 2022년 102톤, 2023년 54톤, 2024년 143톤을 기록했고, 올해는 아직 6월인데도 벌써 438톤에 달했다.

우리나라에 배정된 연간 참다랑어 어획 쿼터는 1219톤이다. 이 가운데 올해 강원도에는 당초 92톤이 배정됐으나 어획량 급증으로 두 차례 추가 배정을 거쳐 449톤까지 늘었고, 현재는 이마저도 사실상 소진 상태인 것이다.

지난 18일 강원 속초해변에서 굴착기를 이용해 해안으로 밀려온 참다랑어 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속초시는 참다랑어 어획 쿼터를 초과한 어선이 바다에 버린 개체가 파도에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참다랑어 사체, 고등어 떼죽음…같은 원인?

참다랑어가 늘자 예상치 못한 현상도 나타났다.

18일 속초해변과 외옹치해변에서는 참다랑어 사체 5마리가 발견됐다. 시는 정치망에 걸린 참다랑어가 쿼터 초과로 방류되거나 버려진 뒤 조류를 타고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참다랑어는 매우 빠르게 헤엄치는 어종이라 그물에 걸려 몇십 분만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도 쉽게 죽는다"며 "정치망은 하루 정도 지나 걷는 경우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진 개체를 현장에서 버리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에서는 또 다른 현상이 벌어졌다.

연곡해변 등에선 고등어·청어 등 소형 어류 수천 마리가 폐사한 채 밀려왔고, 일부 지역에서는 악취까지 발생했다.

지자체는 정치망에 혼획됐다 버려져 한꺼번에 해안가로 밀려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조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

최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라며 "고등어는 원래 동해안이 본래 서식지가 아니지만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참다랑어와 함께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물고기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플랑크톤부터 먹이사슬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것"이라며 "먹이가 부족하거나 적정 수온을 벗어나면 집단 폐사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0일 강원 삼척에서 잡힌 길이 3m 황새치.(정연철 삼척시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해안, 참다랑어 앞마당 될 것"

최 교수는 현재 현상을 일시적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삼척에서 1.6m 참다랑어가 잡힌 것이 화제가 됐고, 지난해에는 영덕에서 수백 마리가 잡혔으며 올해는 그보다 훨씬 많다"며 "앞으로는 개체 수도 계속 증가하고 분포 해역도 더 북쪽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차가운 바다에서 살던 어종은 점차 북쪽으로 밀려나고 남쪽 어종이 동해안의 일반적인 어종이 되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에는 삼척 앞바다에서 길이 3m, 무게 200㎏ 황새치가 잡히는 등 열대·아열대 회유성 어종이 잇따라 출현했다.

최 교수는 "청새치와 황새치 등 새치류도 참다랑어와 같은 이유로 동해안에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잡힌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뉴스1 DB)ⓒ 뉴스1 최창호 기자
"참다랑어 늘면 상어도 늘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에도 주목하고 있다.

참다랑어와 새치류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등 대형 상어의 주요 먹잇감이다.

최 교수는 "참다랑어와 새치류를 먹이로 하는 상어들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백상아리와 청상아리 같은 대형 상어는 이들 어종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동해안에서 참다랑어가 늘어나면 상어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어는 먹이를 따라 수심이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곧바로 해수욕장 가까이 대거 출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먹이를 따라 일부 개체가 연안 가까이 접근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안에서 대형 상어류는 2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증가했고 최근 5~6년 사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며 "최근 2~3년간 참다랑어와 새치류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이들을 먹이로 하는 상어도 앞으로 더 많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근 강릉 주문진항에서 잡힌 참다랑어.(뉴스1 DB) ⓒ 뉴스1 윤왕근 기자
"10년 뒤 동해는 지금과 전혀 다른 바다 된다"

참다랑어 대풍은 어민들에게는 기회이면서도 숙제다.

정치망은 어군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방식이어서 쿼터를 초과한 어획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고, 초과 물량은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 교수는 "자연적인 기후 변화 때문에 잡힌 물고기를 법적으로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제도를 개선해 어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최근 3년의 변화만 봐도 답이 나온다"며 "불과 3년 만에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면 10년 뒤에는 참다랑어 등 회유성 어종이 지금보다 3배, 많게는 10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