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올라가고 철도 잇고…동해안 최북단 '고성'에 쏠린 눈
군사규제 완화에 강릉~제진철도·속초~고성고속도로까지
'접경도시'서 '미래 성장축' 기대감
- 윤왕근 기자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 최북단 고성이 오랜 군사규제의 족쇄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가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군사분계선(MDL) 방향으로 평균 2㎞ 북상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강릉~제진 동해북부선과 속초~고성 고속도로 등 대형 교통망 사업도 속도를 내면서 한때 '접경 오지'로 불렸던 고성이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수십 년간 안보 논리에 묶여 개발이 제한됐던 고성은 최근 규제 완화와 광역 교통망 확충이라는 두 가지 변화를 동시에 맞고 있다. 여기에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방경제 거점이라는 잠재력까지 갖춘 지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군사분계선(MDL) 남쪽 평균 8㎞ 안팎에 설정된 민통선을 평균 6㎞ 수준으로 조정하고, 통제보호구역 일부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군사시설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민통선 조정은 민통초소 이전과 경계시설 보완 등을 거쳐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강원도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강원특별법 군사특례를 활용한 추가 규제 개선안을 국방부에 건의하고, 오는 11월 민관군 협력위원회를 구성해 후속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가장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곳은 동해안 최북단 민통선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다.
70여 가구, 300여 명이 거주하는 명파리는 주민 대부분이 민통선 안 농경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접경마을이다. 한때 금강산 육로관광 관문으로 '평화의 길목'이라 불렸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침체를 겪어왔다.
김남명 명파리 이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 마을은 민통선이 2㎞만 올라가도 삶이 달라진다"며 "농경지 이용이 훨씬 수월해지고 주민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지금은 민통선 규제로 60평(198㎡) 이상 축사도 짓지 못해 소 13~20마리 정도밖에 키우지 못한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축사도 더 크게 지을 수 있고 농번기에 오후 7시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 했던 불편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건축과 증·개축, 재산권 행사 범위가 넓어지고 농경지 출입이 자유로워지는 등 생활 여건 전반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함께 고성의 미래를 바꿀 또 다른 축은 교통망 확충이다.
속초~고성 고속도로는 1998년 기본설계 이후 27년째 표류해 온 동해고속도로의 마지막 미연결 구간이다. 강원도는 기존 제진까지 연결하는 방식 대신 속초~간성 구간을 우선 추진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속초~고성 이동시간은 13분, 강릉~고성은 50분 이내로 단축돼 생활권 통합과 관광벨트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강릉~제진 동해북부선까지 완성되면 고성은 철도와 고속도로가 만나는 동해안 최북단 교통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특히 강릉~제진 철도가 개통되면 동해축 철도망이 완성되고, 동서고속화철도와 연결되는 '십자형 철도교통망'이 구축돼 수도권은 물론 영남권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이 같은 교통망 구축이 관광뿐 아니라 물류와 정주여건 개선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고성은 DMZ와 금강산 관문, 청정 해변, 저도어장 등 차별화된 관광·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규제와 열악한 접근성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어왔다. 민통선 북상과 교통 인프라 확충이 맞물리면 관광산업은 물론 농축산업과 지역 투자환경 전반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민통선 북상만으로 모든 규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속초~고성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강릉~제진 철도 개통, 추가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는 이번 민통선 조정을 "고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십 년 동안 군사 규제에 묶여 있던 동해안 최북단 고성이 규제 완화와 교통망 확충이라는 두 축을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이번 민통선 북상과 군사시설 규제 완화는 군민들의 오랜 생활 불편과 재산권 제약을 덜어줄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며 "접경지역 발전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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