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해도 내 주먹이 더 빨라"…14시간 감금·폭행, 시력 손상된 여성

[사건의 재구성] 교제 한 달 뒤 협박 시작, 잔인한 폭행
2심 "피해 회복되지 않았고 건강 더 나빠져" 징역 4년 선고

춘천지법.(뉴스1 DB)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끔찍한 폭행과 감금, 협박을 당한 것은 교제 한 달 뒤였다.

남자친구 A 씨(30)는 지난해 8월 11일 새벽 자신과 여자친구 B 씨(30), A 씨의 어머니가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나와 헤어지면 화가 집중될 것이다. 신고하면 죽인다"고 B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치 헤어지면 위해를 가할 것처럼 보였다.

이틀 뒤 A 씨의 폭력은 현실화했다. 그는 B 씨가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던 남자 직원과 팔짱을 꼈다고 오해했다. 이후 B 씨의 상체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후 지옥 같은 시간이 계속됐다. 그는 같은 달 20일 B 씨가 다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화가 나 의자에 앉아있던 B 씨를 발로 밟으면서 "오늘 살아서 못 갈 줄 알아라"라고 했다.

A 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자신의 주거지로 B 씨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카드가 없어야 네가 도망가지 못한다"면서 B 씨의 카드를 빼앗은 뒤 훼손하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B 씨를 과거 자신이 운영하던 주점으로 데려가 압박을 계속했다. A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B 씨는 밖으로 나갔는데, 이를 본 A 씨는 허리에 있던 망치를 꺼내 "112에 신고하더라도 경찰이 출동하는 시간보다 내가 너를 때리는 시간이 더 빠를 거다. 알아서 생각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B 씨가 폭행당한 후 코피를 닦으러 화장실로 이동하려 하자, A 씨는 다시 B 씨를 넘어뜨리고 1시간가량 폭행을 이어갔다.

결국 B 씨는 기절했다. 정신을 차린 B 씨는 A 씨에게 119에 신고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A 씨는 "누가 봐도 맞은 얼굴인데, 119 신고하면 뭐라고 말할 거냐"면서 번번이 거절했다. B 씨가 감금·폭행을 당한 시간은 무려 14시간에 달했다.

B 씨는 전신 타박상, 왼쪽 안와 골절 등의 피해를 입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특수중감금치상, 특수폭행, 감금, 폭행, 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뉴스1 DB)

A 씨와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를 꾸짖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제출한 반성문과 사과문을 봤다"며 "굉장히 뒤늦은 후회인 것 같다"고 질타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이 사건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큰 잘못임을 알기에 더욱 책임감 있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교제 순간부터 폭행을 당해왔고, 가족까지 협박하는 등 참혹한 피해를 입어 외상후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A 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선고를 남겨두고 B 씨의 건강은 더 심각해졌다. B 씨는 영구적으로 좌안의 시력이 저하되고, 외상성 신경증, 중등도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었다.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당심에 이르기까지 계속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