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이철규 텃밭도 뺏겼다…동해안 민심, 국민의힘에 '회초리'
강릉·동해 민주당 시장 탄생, 양양·고성도 파란 깃발
계엄·탄핵 후폭풍에 경기 침체·가뭄 겹쳐…'조건부 경고장' 해석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강원 동해안 민심이 국민의힘에 매서운 경고장을 보냈다.
국민의힘 중진인 권성동 국회의원의 지역구 강릉에서는 사상 첫 민주당계 시장이 탄생했고, 이철규 의원(동해·태백·삼척·정선)의 정치적 기반인 동해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시장직을 탈환했다.
양양과 고성 역시 민주당 후보가 각각 군수에 당선되면서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4곳에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지방선거 승패를 넘어 동해안 유권자들의 복합적인 민심 이반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요인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 동해안에서도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으며 정국 한복판에 섰던 강릉에서는 중앙정치에 대한 불만이 지방선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역 경제 침체 역시 민심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강릉은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지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이어졌고, 동해 역시 산업도시 특유의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현직 단체장에 대한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
강릉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가뭄 사태가 선거 막판까지 회자됐다. 당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아파트 113곳, 4만5000여 세대에 대한 제한급수가 시행되면서 교1동과 성덕동, 내곡동, 홍제동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가뭄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측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모습이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청래 대표, 한병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 잇따라 강릉을 찾아 제한급수 현장과 급수 지원 상황을 점검하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권성동 의원은 정부가 재난사태를 선포한 이후에도 한동안 현장을 찾지 않다가 약 열흘이 지나서야 강릉을 방문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대응 속도와 관심도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41)는 "최근 장동혁 대표가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를 향해 '홍제동도 모른다'고 비판하는 것을 봤다"며 "장 대표가 '홍제정수장은 강릉 가뭄의 상징 같은 곳인데 모르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실소가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강릉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중남 당선인은 가뭄 당시 큰 불편을 겪었던 교1동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승리했다.
동해 역시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묵호·발한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선전했지만, 북삼동과 북평동 등 신흥 주거지역에서는 민주당이 크게 앞섰다. 이는 동해안 지역에서도 세대 구성과 주거 형태 변화가 정치 지형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보수 붕괴'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속초시장 선거에서는 이병선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강릉과 동해에서도 읍면권과 원도심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 후보들이 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동해안 선거는 민주당 지지 확산이라기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동해안 민심이 보수를 버렸다기보다 더 이상 당연한 지지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장을 보낸 선거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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