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찍었다" "나도 보여주겠다" 일부 소동…한 표 후 나들이(종합)
울산선 투표용지 훼손, 제주선 오인 신고…대부분 단순 착오
어린이집 투표소 '이색'·생애 첫 투표 '뿌듯'·해변 나들이 '시원'
- 윤왕근 기자
(전국=뉴스1) 윤왕근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 중인 3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투표용지를 더 받았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잇따랐다. 반면 생애 첫 투표에 나선 고등학생과 어린이집으로 변신한 이색 투표소, 투표를 마친 뒤 휴일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빚어진 소동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경남 김해시 진례면의 한 투표소 앞에서는 술에 취한 60대 남성 A 씨가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도 투표용지를 보여주지 않았느냐. 나도 보여주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경찰은 A 씨를 제지한 뒤 귀가 조치했다.
'후보를 잘못 찍었다'며 투표용지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5분쯤 중구 중앙동의 한 투표소에서 30대 유권자가 기표를 마친 뒤 "후보를 잘못 찍었다"며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했다.
선거사무원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자 해당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찢어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가려 했으며, 제지를 받자 찢어진 용지를 바닥에 버렸다. 선관위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같은 울산에서는 80대 유권자가 "대기 줄이 너무 길다"며 선거관리인을 밀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고의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계도 후 귀가 조치했다.
전국적으로는 투표용지와 관련한 오인 신고가 가장 많았다.
제주 서귀포에서는 60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한 장 더 받았다"고 항의했으나, 이전 유권자가 기표소에 두고 간 용지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지는 무효 처리됐다.
부산에서는 80대 여성이 "부산시장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란을 피웠고, 인천에서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용지를 덜 받은 것 같다"며 재투표를 요구한 사례가 접수됐다. 경기남부 하남에서도 "투표용지 6장만 받았다"는 항의가 있었지만 모두 단순 착오로 확인됐다.
투표소 사진 촬영 관련 신고도 이어졌다.
경기 양주에서는 투표소 내부를 촬영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확인 결과 투표소 밖에서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자진 삭제 후 종결됐다. 경기남부 화성에서도 유사 신고가 접수됐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선거관리와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경기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국민의힘 측이 참관인 신청 마감 시한을 넘기면서 관내 69개 투표소가 국민의힘 참관인 없이 운영됐다. 국민의힘은 전산 입력 문제를 주장했고, 선관위는 법정 시한이 지나 접수가 불가능했다고 맞섰다.
반면 투표소 곳곳에서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풍경도 펼쳐졌다.
전북 전주 덕진구의 한 아파트 어린이집은 이날 하루 특별한 투표소로 변신했다. 장난감과 동화책이 놓인 공간에서 시민들은 투표를 마쳤고, 일부 유권자는 "아이들 공간을 빌린 만큼 정치인들이 더 책임 있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에서는 생애 첫 투표에 나선 고등학생 유권자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전일고 3학년 최승우 군(18)은 "내가 이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역과 교육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 선거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서는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투표한 뒤 기표 도장을 활용해 인증사진을 남겼고, 김해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아 민주주의 교육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에서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들렀다가 투표소를 찾은 노년층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고, 자전거를 타고 잘못된 투표소를 찾은 어르신이 황급히 지정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부산 북구갑 지역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정직하고 도덕성 있는 사람", "지역에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는 후보", "내가 원하는 후보" 등을 언급하며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경북 안동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과 청년층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를 찾았다. 일부는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일부는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안정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며 엇갈린 민심을 드러냈다.
강원 강릉에서는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곧바로 바다로 향했다.
낮 최고기온이 27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 속에 송정해변 솔밭과 경포, 주문진 일대는 마치 주말 관광지처럼 붐볐다. 한 시민은 "정치인들에겐 가장 괴로운 날이겠지만 시민들에겐 휴일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선거 관련 신고 대부분은 오인 신고나 단순 소란 수준이었다.
대구에서는 낮 12시 기준 12건, 경기북부 16건, 경기남부 17건, 부산 15건, 인천 8건, 전북 6건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투표용지 착오, 촬영 신고, 소란 행위, 문의성 신고 등이었으며 현재까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중대 사건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선관위는 투표 종료 시각까지 투표소 주변 순찰과 현장 관리를 강화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취재 = 강정태, 고동명, 남승렬, 문채연, 박대준, 박민석, 박서현, 박소영, 박정현, 신성훈, 양희문, 유재규, 윤왕근, 이상휼, 임순택, 임충식, 한송학, 홍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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