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괴롭지만 시민은 편한 날"…투표 마친 강릉은 '이른 피서철'

송정해변 솔밭·경포·주문진 관광객 북적…막국수집 긴 줄
강원 투표율 전국 3위…"정치인과 시민 입장 바뀌는 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강원 강릉지역 대표 피서지인 송정해변 솔밭에 시민들이 솔바람을 쐬며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2026.6.3/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정치인들한텐 오늘이 지옥 같은 날이겠지만, 우리 시민들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자 천국 아니겠어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후 1시쯤 강릉 송정해변 솔밭. 투표를 마친 강릉시민들은 하나둘 투표소를 떠나 송정해변 솔밭으로 향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같은 시간 강릉지역 주요 지점 낮 최고기온은 강릉 27.2도, 북강릉 26.3도, 경포 25.8도를 기록했다.

한여름 무더위까지는 아니었지만 화창한 하늘 아래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시민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찾아 해변으로 몰렸다.

실제 교동택지와 시내 상권 일대는 점심시간임에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송정해변 솔밭은 마치 주말이나 성수기를 방불케 했다.

수백 그루의 해송이 우거진 솔밭은 거대한 천연 양산이 됐다. 빽빽한 솔잎은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숲속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르는 선풍기 역할을 했다.

돗자리를 펴고 누운 시민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즐겼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도시락과 음료를 나눠 먹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40대 시민 최모 씨는 "아침 일찍 투표를 마쳤다"며 "하루 쉬는 거라 멀리 여행을 가기는 부담스럽고 남편과 막국수 한 그릇 먹고 바람 쐬러 나왔다"고 말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강원 강릉지역 대표 피서지인 송정해변 솔밭에 시민들이 솔바람을 쐬며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2026.6.3/뉴스1 윤왕근 기자

솔밭 바로 앞 송정해변은 사실상 '이른 피서장'이었다.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물장구를 쳤고, 부모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가 뒤섞인 해변에서는 선거일 특유의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경포해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파스텔톤 방파제로 유명한 사근진해변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고,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주문진 방사제와 '더 글로리' 촬영지 소돌방파제에는 커플 관광객들이 인생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강릉의 대표 별미인 막국수집 앞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한 어르신은 "어떻게 생각하면 선거에 나간 정치인들은 오늘이 가장 괴로운 날일 거다. 결과를 기다려야 하니까"라며 "그런데 시민들은 투표만 끝내면 마음 편하게 쉬지 않나. 아마 1년 중 정치인과 유권자 입장이 바뀌는 유일한 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강원 강릉시 성덕문화센터에 마련된 성덕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투표함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6.6.3/뉴스1 윤왕근 기자

노인의 말처럼 이날 강릉 시민들은 송정해변의 시원한 솔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강원지역 곳곳의 후보자들은 민심의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초조하게 개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강원지역 투표율(사전·우편투표 포함)은 51.8%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46.0%보다 5.8%포인트 높은 수치이자 전남(56.1%), 전북(52.2%)에 이어 전국 세 번째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양양이 61.9%로 가장 높았고, 송정해변이 있는 강릉은 49.9%를 기록했다. 이는 춘천(49.3%), 원주(46.0%)보다 높은 수치다.

이날 본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가정으로 배송된 투표안내문에서 주소지 기준으로 지정된 투표소 위치를 확인한 뒤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갖고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강원 강릉지역 대표 피서지인 송정해변 솔밭에 시민들이 솔바람을 쐬며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2026.6.3/뉴스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