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권역급인데 지원은 없다"…동해안 필수의료, 제도 밖 방치
강원 영동권 유일 상급종합병원인데 권역 책임의료기관서 제외
강원도 "강릉·원주 추가 지정 필요" 복지부에 공식 건의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과 경북 북부의 중증·응급환자를 사실상 떠받치는 강릉아산병원이 권역 책임의료기관 지원체계 밖에 놓여 있다. 강원 영동권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광역 진료권의 최종 치료 거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정부 재정 지원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지역 의료계에선 광역 진료를 떠맡는 현장과 국립대병원 중심의 제도 설계의 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지역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서와 영동 의료권이 사실상 분리된 구조다. 산악 지형으로 인해 중증·응급환자의 타 권역 이송이 쉽지 않아 지역 내에서 치료를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처럼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환자일수록 지리적 제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국 지역 안에서 치료를 끝낼 수 있는 거점병원의 존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 의료 수요와 제도 설계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권역 책임의료기관은 17곳인데, 강원도에서는 춘천의 강원대병원 1곳만 지정됐다. 반면 강원도와 면적이 비슷한 충청권에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4곳이 있다. 지역 현실과 제도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틈을 메우고 있는 곳이 강릉아산병원이다. 강릉아산병원은 강원 영동권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고성부터 삼척은 물론 경북 울진·영덕까지 아우르는 광역 진료권의 중증·응급환자를 사실상 최종 치료 거점으로 맡고 있다. 동해안 전역의 필수의료를 떠받치고 있지만,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권역 책임의료기관 지원 대상에서는 빠져 있다.
재정 지원 격차도 뚜렷하다. 정부는 올해 권역 책임의료기관에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강원 동해안 의료기관들은 이 지원 체계 바깥에 있다. 실제 역할은 공공의료기관에 준하지만, 제도상으론 지원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그럼에도 의료 수요는 오히려 계속 늘고 있다.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동해안 6개 시군 방문객은 1억1336만 명을 넘겼다. 여기에 울진·영덕 등 경북 북부까지 포함하면 1억3290만 명 수준에 달한다. 상주 인구를 크게 웃도는 유동 인구가 유입되면서 응급의료 수요 역시 함께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제도적 지원에서 제외되면서 필수의료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하다.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의료진 정원은 총 320명 안팎이지만 실제 근무 인력은 70%에 불과해 응급환자 배후진료가 취약한 상태다. 의정갈등 이후에도 수도권으로의 의료진 이탈과 지역 정주 여건 한계가 맞물리면서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의료진은 "동해안은 대관령을 중심으로 단절된 구조라 강원 북부부터 경북 울진까지 광역 응급의료를 한 곳에서 떠받치는 상황"이라며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이 365일 24시간을 버티고 있지만,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15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변 병원들이 응급의료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 환자가 한 곳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인력이 부족하면 근무 환경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인력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지역의 인구수에 따라 공공·민간을 구분해 책임의료기관을 선정하기보다, 지역적 특색과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맞게 지원 체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정에 강원도 역시 권역 책임의료기관 추가 지정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다.
최병갑 강원도 공공의료과장은 "원주와 강릉 등 지역에서 추가 지정 필요성이 제기돼 지난주 보건복지부에 권역 책임의료기관 확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주 복지부 장관의 원주 방문 일정에서도 관련 내용을 추가로 건의할 계획"이라며 "향후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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