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남고, 땅값 싸다"…'탈석탄' 맞은 동해안, AI 데이터센터 '승부수'
"빅테크 실사" 강릉 주도권…13조 원대 사업 구상
가동률 30% 화력발전소…AI 산업 전환 '돌파구' 주목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이 남는 전력과 저렴한 부지를 앞세워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본격 뛰어들며, 침체된 화력발전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강릉시는 이미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둘러싸고 동해안 내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전력 기반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강릉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실사를 전제로 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국가 공모형 AI 특화 시범도시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며 'AI 특화도시' 전환 구상을 내놓았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총 1GW(기가와트), 약 7만평 규모 데이터센터 특화단지를 4단계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총 사업비는 13조8000억 원이며, 사용자 설비를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69조8000억 원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1단계 사업은 강동면 안인진리 일원에 80MW(메가와트) 규모로 추진된다. 이는 국내 최대 수준은 아니지만 울산 등 기존 사업과 비교해도 대형급에 해당하는 상위권 규모로, 향후 단계적 확장을 염두에 둔 사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상반기 중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현장 실사가 예정되면서 사업 추진 여부를 가늠할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참여 기업은 우리가 흔히 아는 빅테크 '빅5' 중 일부"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강릉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척시 역시 인근 발전소 기반 전력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유치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해안 일대에서 비슷한 전략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발전소가 밀집한 동해안이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해안 지역이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에너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 요인도 자리하고 있다.
현재 강릉에코파워, GS동해전력, 삼척블루파워, 삼척빛드림 등 동해안 일대에는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가동 중이지만, 평균 가동률은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는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구축 지연과 맞물린 측면이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당시 '탈석탄 정책'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변화 과정에서 화력발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울진~수도권 280㎞ HVDC 사업은 당초 2019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지연됐고, 이로 인해 발전소 이용률 저하와 함께 동해안 발전소 미정산금이 연간 5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 발전소가 납부하던 지역자원시설세는 기존 연 60억 원 수준에서 크게 감소했고,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가 동해안 발전산업의 새로운 활용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해안이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전력 공급 여건이 있다.
강릉·삼척·동해 지역 발전소의 전력 생산 규모는 7GW 이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부지 가격과 기존 송전 인프라도 입지 경쟁력으로 꼽힌다.
김홍규 강릉시장도 지난 19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력 여유와 저렴한 부지, 송전 인프라가 강릉의 강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해안 한 발전소 관계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인 AI 데이터센터는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동해안이 최적지"라며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지역 화력발전소와 연관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 문제 등으로 동해안 발전소 가동률이 30% 안팎에 머문 지 오래"라며 "업계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사실상 마지막 돌파구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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