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규 강릉시장 "위기의 순간, 결단해야 했다"…'100만 산업도시' 구상
[신년 인터뷰] '물 부족' 대비 열심히 했지만 시간 부족
항만에서 시작된 경제 구상, 국제행사 확장 관광 전략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민선 8기 마지막 해를 맞은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이 2026년을 "변화와 혁신의 성과를 시민이 체감하는 결실의 해"로 정했다. 옥계항 개발을 축으로 한 '제일경제도시', 대형 국제행사를 발판으로 한 '제일관광도시', 촘촘한 복지·안전망에 기반한 '제일행복도시'를 완성해 '제일강릉'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뉴스1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병오년, 붉은 말의 기상으로 강릉 전역을 희망으로 밝히겠다"며 "위기의 순간마다 행정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시민과 함께 고민해 온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정 기조는 속도보다 판단, 보여주기보다 책임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설명되며, 주변에서는 이를 '세븐일레븐'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가뭄 국면에서 불거진 대통령과의 문답 논란과 제한급수 결정까지 언급하며 그는 "물 부족을 예상하고 대체 수원 확보와 정수장·관로 정비를 준비해 왔다'며 "도시를 멈추지 않기 위한 판단과 책임을 선택했다"고 당시 대응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3년 6개월의 성과를 하나로 압축한다면 무엇인가.
▶ 강릉시 공직사회의 판단과 실행 구조를 바꾼 것이다. 결정을 미루는 행정, 책임이 흐려지는 행정을 줄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과장 전결권한을 90.5%까지 확대했고, 인허가 전결 비율은 99.9%, 사업발주 전결 비율은 99.6%에 이른다. 현장에서 판단하고, 그 판단에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원들이 나를 '세븐일레븐'(오전 7시 출근·오후 11시 퇴근)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다. 부정적인 별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오래 쓰는 것이 목표라기보다, 판단을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내 신념에 어울리는 별명 같다.
실제 취임 초기에는 밤늦게까지 민원을 받으며 행정의 속도와 온도를 동시에 점검했다. 해줄 수 없는 민원을 오래 듣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답을 얻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경험은, 행정이 해결뿐 아니라 납득의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시민과의 약속인 40개 공약과 73개 핵심현안사업은 2025년 말 기준 이행률 83.8%를 기록했고, 2026년 3월까지 9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책 만족도와 행정서비스 체감도 역시 함께 상승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까지 ‘세븐일레븐’일 필요는 없다. '9 to 6'(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는 꼭 지켜달라.(웃음)
―강릉의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경제도시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무엇인가.
▶ "강릉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2차 산업이 거의 없는 구조에서 기업과 일자리가 부족하다. 답은 기업 유치였고, 그 '어떻게'의 해법을 항만에서 찾았다. 우리는 바다를 관광자원으로만 봤지 산업자원으로 보지 않았다. 항만이 가능했던 도시들은 성장했다.
1973년, 누군가는 포항(박태준)으로, 누군가는 울산(정주영)으로 갔다. 왜 그랬겠나. 항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익이 안 나면 오지 않는다. 전국 단체장들이 기업 유치를 외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이익이 나는 곳으로 간다.
기업은 1%에 목숨을 건다. 휴대폰 카메라 부품 마진이 3%인데, 국내에서 생산하면 인건비만 12.5%가 든다. 베트남에 가면 2.5~3%다. 우리 수출품의 99% 이상은 바다로 나간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기업 200~300개만 강릉에 와도 판이 바뀐다.
그래서 항만 옆에 철송장(철도+항만), 그리고 옥계 전체를 산단으로 묶으려는 것이다. 항만 따로, 공장 따로 있으면 육상 물류비가 또 든다. 물류비를 6%만 줄여줘도 매출 1000억 원 기업은 60억 원, 1조 원이면 600억 원의 이익이 생긴다. 기업이 안 올 이유가 없다.
강릉에코파워 같은 사업장 1곳의 직원이 300명이다. 이런 기업이 200개만 와도 6만 개 일자리다. 여기에 협력사가 붙으면 업종에 따라 4배, 많게는 10배까지 늘어난다. 그러면 30만 일자리다. 옥계는 일터로, 나머지는 관광과 주거로 품질을 높여 '100만 자립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옥계항과 관광·국제행사를 축으로 한 도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옥계항은 무역항 기능을 회복해 국제정기노선을 개설했고, 누적 약 3만2000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다. 상반기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컨테이너 취급 부두 반영을 추진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신항만과 배후산단 조성으로 환태평양 물류 중심 도시를 목표로 한다.
동해선 KTX 개통과 국도 7호선 확장, 정동진 IC 신설, 해안도로 개설, 양양국제공항 연계 등을 통해 해상·육상·항공이 결합된 입체적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 구상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2026년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와 ITS 세계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강릉을 국제 마이스 도시로 도약시키겠다. 강릉컨벤션센터를 거점으로 2026~2027 강릉 방문의 해를 추진하고, 경포를 중심으로 수변·야간 콘텐츠와 인바운드 전략을 강화해 세계 100대 관광도시 비전을 이어가겠다. 국제행사를 계기로 단기 방문에 그치지 않고 체류형·재방문형 관광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가뭄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 당시 판단과 심경은.
▶ 나는 초선 시장이다. 취임 직후부터 물 부족을 예상해 대체 수원 확보, 정수장 증설, 노후관로 정비, 유수율 개선을 민선 8기 계획에 담았다. 다만 정수장·지하저류댐·관로 사업은 예산과 설계, 공사까지 최소 7년이 걸린다. 준비는 했지만 완성되기 전에 가뭄이 왔다.
대통령과의 문답 논란이 힘들었던 것은 개인적 지적 때문이 아니라, 고통받는 시민보다 상징적 장면이 먼저 비친 데서 오는 허탈감이었다. 당시 '왜 미리 물을 확보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지만, 대체수원 확보는 단순히 예산만 있으면 즉각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취수원 선정부터, 주민 공감대 형성, 수질 검증과 환경영향 검토, 시설·관로 설계 및 공사까지 수년의 행정 절차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미 민선 8기 초부터 대체 수원 확보 관련 용역과 국비 협의를 진행 중이었고, 이는 단기간에 가시화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그 구조적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준비가 없었던 것처럼' 비쳐진 점이 가장 아쉬웠다. 유수율은 내년 말 20% 이하, 2030년에는 1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또 가뭄 국면에서 시민들, 특히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한 시민들이 겪었을 불편과 부담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시 상황의 무게를 시장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제한급수는 도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단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그렇게 했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됐을 것이다. 행정은 설명보다 결과로 책임져야 한다. 정치적 부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인기 끌기 위해 시장하는 것 아니다.
김 시장은 민선 8기 마지막 해 과제로 옥계항 컨테이너 부두 반영, 국가산단과 국도 확장 예타 통과, 국제행사 성공 개최를 꼽았다. 그는 "정치는 말로 하지만 행정은 결과로 말한다"며 "병오년 새해, 시민과 함께 강릉의 다음 단계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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