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기 찾고 '다목적 진화차'가 험지 뚫는다…동해안 산불 대응 현장
동부산림청 건조경보 속 장비 시연…'골든타임' 사수 전략 가동
최수천 청장 "올해 산불 위험, 29년 중 6번째 높아"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2일 오전 10시 30분 강원 강릉 동부지방산림청 청사 앞마당. 주황색 산불진화차량들이 일렬로 늘어서며 봄철 산불 대응의 최전선을 형성했다.
이날은 동부지방산림청이 마련한 '산불방지 종합대책' 브리핑과 함께 산불 대응 장비 시연이 열린 날이다.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6개 시·군에 건조경보가 내려지고, 바람까지 다소 강하게 불면서 현장은 이미 '실전 모드'에 가까웠다.
산림청 로고가 선명한 헬멧을 쓴 산불진화대원이 고압 호스를 잡고 물줄기를 뿜어내자, 겨우내 메마른 잔디 위로 잠시 무지개가 걸렸다. 바람 방향에 맞춰 분사각을 조절하는 손놀림은 실제 산불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브리핑에 나선 최수천 동부지방산림청장은 "최근 10년간 산불은 연평균 286건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28건의 산불로 94㏊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특히 산림 외 화재가 산불로 확산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산불 원인의 46%가 산림 인접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여건도 녹록지 않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건조·강풍 특보가 잦아지면서 올해 산불 위험도는 최근 29년 중 6번째로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봄철 산불조심기간도 예년보다 앞당겨 지난 1월 2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올해 처음 도입되는 다목적 산불진화차량이었다. 기존 진화차량(800ℓ)보다 담수 용량이 2000ℓ로 크게 늘었고, 험준한 산악 지형을 고려한 고기동 차량이다. 동부지방산림청은 이 같은 다목적 진화차량 12대를 신규 배치해 지상 진화 역량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에는 이미 담수용량 4000ℓ 규모의 고성능 진화차, 이른바 '벤츠 소방차(유니목)'가 운용되고 있다. 다만 이 차량은 대형인 만큼 차체가 높고 크기가 커 국내 산악 지형에서는 기동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이번에 도입된 다목적 진화차는 담수량은 절반 수준이지만 차체를 낮춰 좁고 가파른 산길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차량 후면에는 고압 펌프와 방수포, 각종 진화 장비가 빼곡히 실려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임도가 부족한 동해안 산림 지형에서도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비"라고 설명했다.
산불 감시는 이제 사람의 눈과 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산림청은 산불 감시 폐쇄회로(CC)TV를 대폭 확충하고, 여기에 AI(인공지능)를 연계해 24시간 무인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 연기나 불꽃을 자동으로 인식해 즉시 상황실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야간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투입되고, 산불 발생 시에는 기상·농림 위성을 활용해 피해 예상 구역과 주민 대피 범위를 빠르게 산출한다. 현장에서는 "초기 판단이 곧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설명이 반복됐다.
공중 진화 역량도 강화됐다. 봄철에는 강원권 범부처 헬기 28대가 동원되며, 가장 가까운 헬기가 3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도록 '골든타임' 제도를 통합 운영한다.
산불 대응 단계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해, 대형 재난 우려 시에는 산림청장이 초기부터 직접 지휘에 나선다.
최 청장은 "산불은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지만, 모두가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재난"이라며 "올해는 예방부터 진화까지 압도적인 대응으로 동해안 산림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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