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돌아오길"…바닷속 45년 '속초해경 72정' 인양 가능성 열려

내년도 정부 예산에 인양 사전 조사비 2억 첫 반영
정청래 예산 반영 노력…실종자 가족 "한 걸음 나아가 기뻐"

지난 6월 18일 강원 고성 앞바다에서 진행된 속초해경 72정 인양 가능성 현장 조사에서 당시 실종된 조병섭 경장의 동생 조병주 씨가 조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45년 전 강원 고성 앞바다에 가라앉아 승조원 17명이 실종된 속초해경 경비정 '72정' 인양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 인양 사전 조사를 위한 용역비 2억 원이 처음으로 '국가 예산'에 공식 포함됐다.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 따르면 전날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해양경찰청 연안안전사고 예방 활동 사업(총 65억 1000만 원) 안에 '사고 선박 조사 활동' 명목 2억 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이 예산은 침몰한 72정의 상태를 조사하고, 인양 방식과 공법을 검토하는 용역비로 사용된다.

정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72정 인양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대표실 관계자는 "최고위 발언 이후 예결위원장, 기획재정부, 해경청·해수부 등과 연쇄 협의를 거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72정 인양 예산 요구는 속초·고성을 지역구로 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꾸준히 제기해 온 사안으로, 이번 반영은 여야를 막론한 문제 제기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인양 논의가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2019년 당시 수중 탐색을 통해 발견된 72정 추정 선체 해저면 영상자료.(속초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용역비 2억 원 반영이 곧바로 '인양 착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72정은 45년간 바닷속에 방치되며 부식이 크게 진행된 상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바로 인양하면 선체가 붕괴하거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인양 방식 검토가 필수적이라는 기술진 판단에 따라 '조사 명목'의 예산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첫걸음'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실종자 조병섭 경장의 동생 조병주 씨(62)는 이날 뉴스1에 "사전 조사비라도 드디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제 실종자 가족들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며 "형님을 포함해 단 한 분이라도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속초해경 72정 침몰' 사고는 1980년 1월 23일 고성 거진항 동쪽 4.6㎞ 해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어로 보호 임무 중이던 60톤급 72정은 기상 악화와 항해 장비 고장으로 같은 해경 소속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조원 17명 전원이 실종됐고, 45년이 지난 현재 유해 1구도 찾지 못한 상태다. 신군부 초기 당시 일어난 사고라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사건은 장기간 잊혔다.

사건이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9년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그해 4월 해경이 수색을 재개해 침몰 해상에서 북쪽으로 1㎞ 떨어진 곳에서 72정의 선체를 발견했지만 여야 논쟁 끝에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인양 작업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올해 6월에는 해경·해군이 공조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인양 가능성 검토가 진행돼 왔다.

정청래 대표실 관계자는 "이번 예산 편성은 인양 여부와 방식, 비용을 결정할 출발점"이라며 "정부·해경과 함께 후속 절차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45년 전인 1980년 1월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 거진 앞바다에서 침몰한 속초해경 경비정 72정의 인양 가능성을 위한 현장조사가 지난 6월 18일 오전 해군과 해경의 공조로 진행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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