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두고 시-의회 충돌

"의회와 사전 논의 없어" vs "편성권 행사하지 말라는 것인가"

강원 속초 영랑호수윗길(영랑호 부교·뉴스1 DB)ⓒ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시의 내년도 영랑호 부교(영랑호수윗길) 철거 예산안을 둘러싸고 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주민소송 과정의 위법·부당 의혹과 수십억대 재정 손실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치적 셈법에 따른 정적 말살"이라고 비판했고, 시는 "예산 편성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박했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지난 28일 열린 제349회 속초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전후해 뚜렷해졌다.

이날 의회 7분 발언에서 신선익 속초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속초시가 내년도 본예산안에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7억 원을 반영한 것을 두고 "전임자의 업적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시민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적말살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랑호 부교는 민선 7기 김철수 전 시장(민주당) 시절 조성됐다.

신 의원은 "부교는 민선 7기 당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시의회 만장일치로 승인받은 북부권 대표 공공시설"이라며 "연간 70만 명이 이용하는 관광 랜드마크"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부담해야 할 감정료 1억 6800만 원을 시가 전액 부담한 점 △법원 조정절차에서 '기획 패소'로 보이는 소송 수행 △시의회의 이의신청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단독으로 이의신청 포기서를 제출한 점 △환경조사·여론조사 등 의견 수렴 무시 △추경 승인 조건이던 '환경영향 저감안 검토 및 사전 논의' 미이행 등을 부당 사례로 제기했다.

또 "지금까지 영랑호 생태환경에 중대한 악영향이 확인된 사례도 없다"며 "소송비용·철거비용 등을 합치면 약 36억 원의 재정손실이 예견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해당 예산안을 심사할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도 "부교의 향후 운명은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시의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병선 강원 속초시장이 28일 예산 제출 관련 시의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에 내년도 역점 사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5.11.28/뉴스1

이병선 속초시장은 같은 날 시정연설 직후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신 의원 지적을 반박했다.

이 시장은 "예산 편성 전 의회와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고, 의회는 적정성을 판단하는 구조"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시장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 단계부터 편성 자체를 막으려 한다면 편성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집행부와 의회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 언제든 비판과 조언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철거 착수 시점에 대해서는 "예산이 막 올라간 상황에서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산안 결정 이후 법적·행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속초시는 지난 20일 영랑호 부교 철거비 6억 6000만 원과 실시설계 용역비 4000만 원을 포함한 총 7억 원의 철거 관련 예산을 내년도 본예산안에 담아 시의회에 제출했다.

영랑호 부교는 지난 2021년 11월 26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개통 직후 환경단체가 "영랑호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주민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은 "부교를 철거하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강제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는 판결 이후 철거 공법·사업비 산정 용역을 진행했고, 내년도부터 철거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안 최종 결정은 다음 달 시의회 심의를 통해 이뤄진다. 속초시의회는 국민의힘 3석, 민주당 3석, 무소속 1석 구도다.

다만, 부교 철거 예산 심사에는 의장(민주당 방원욱 의원)이 참여할 수 없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3명과 민주당 의원 2명, 무소속 의원 1명이 예산을 심사한다.

강원 속초시 영랑호수윗길.(뉴스1 DB)ⓒ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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