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후 세계관 담은 '시왕도'…메트로폴리탄 떠나 신흥사로 귀향

14일 신흥사에 환지본처…속초시장 "남은 시왕도도 찾도록 최선"

14일 오후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 도착한 '시왕도'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운반되고 있다. 불화인 시왕도는 조선 정조 22년인 1798년 제작된 '제10오도전륜대왕도'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해 온 작품이다. 신흥사와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이 2023년부터 협의를 이어온 끝에 70여 년 만의 귀환이 성사됐다.(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70여년간 머나먼 이국에서 지내온 신흥사 불화 '시왕도'가 14일 오후 마침내 고향인 강원 속초 신흥사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직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화재가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순간, 현장에는 벅찬 감정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신흥사 유물전시관 앞. 관계자들이 'FRAGILE(깨짐주의)' 문구가 적힌 나무 상자를 트럭에서 조심스레 내려 전시관 안으로 옮겼다. 상자 뚜껑이 열리고 보호 포장을 걷어내자, 1798년(정조 22년)에 그려진 '제10오도전륜대왕도'라고 불리는 시왕도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심판을 주관하는 10명의 대왕을 묘사한 불화로, 불교 사후세계관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작품이다. 정교한 필선과 채색, 저승 심판 장면을 압도적으로 구성한 이 '명화(名畫)'는 긴 세월의 흔적에도 흔들림 없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채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이번 환수는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신흥사 등이 2023년부터 협력해 추진해 온 결실이다.

14일 오후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 도착한 '시왕도'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운반되고 있다. 불화인 시왕도는 조선 정조 22년인 1798년 제작된 '제10오도전륜대왕도'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해 온 작품이다. 신흥사와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이 2023년부터 협의를 이어온 끝에 70여 년 만의 귀환이 성사됐다.(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이날 신흥사 유물전시실에서는 작업자들이 바닥에 도포지를 깔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시왕도를 펼쳐 상태를 확인했다. 관계자들은 숨을 죽인 듯 그림의 세부를 살폈고, 속초시와 신흥사 관계자들은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되돌아감)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이번 귀향으로 신흥사는 2020년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돌아온 6점을 포함해 총 7점의 시왕도를 되찾게 됐다. 10점으로 구성된 시왕도 가운데 아직 3점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이번 환수는 완전체 복원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번 환수는 신흥사와 국가유산청, 강원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가 함께 노력해 이뤄낸 귀중한 성과"라며 "시왕도는 모두 10점으로 이뤄져 있지만 아직 3점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만큼, 남은 시왕도도 반드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수된 시왕도는 향후 준공될 신흥사 영산회상도 보호시설에 안치되며, 전시시설이 갖춰지는 대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14일 오후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 도착한 '시왕도'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운반되고 있다. 불화인 시왕도는 조선 정조 22년인 1798년 제작된 '제10오도전륜대왕도'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해 온 작품이다. 신흥사와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이 2023년부터 협의를 이어온 끝에 70여 년 만의 귀환이 성사됐다.(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