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투약 가능 '코카인 1.7톤' 밀반입… 필리핀 선원 징역 25년 선고
공범 징역 15년, 방조한 선원 2명은 각각 징역 7년
재판부 "사법 역사상 유례 찾기 어려운 마약 운반 사건"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대한민국 전 인구를 초과하는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의 코카인 1690㎏을 해상으로 밀반입하려 한 필리핀 국적 선원 4명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형을 선고하며 "대한민국 형사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마약 운반 사건"이라고 밝혔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혐의로 기소된 필리핀 국적 선원 A 씨(28)와 B 씨(40)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A 씨에게는 1942만 7252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운반 과정을 방조한 같은 국적의 30대 선원 C 씨와 D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선박 L호에 적재된 물건이 코카인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 가치가 5000만 원 이상이라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이 서로 공모해 마약 운반 범행을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에 대해서는 "공범들을 범행에 끌어들이고, 코카인 선적과 운반 경로 관리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며 "가장 높은 책임이 인정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선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코카인 운반 과정에서의 실질적 실행은 다소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 씨와 D 씨에 대해선 "운반 과정에 방조한 데 그쳤고, 전체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알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마약 운반 사건"이라며 "1690㎏의 코카인은 1회 투약량(0.03g)을 기준으로 할 때, 대한민국 총 인구 약 517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는 양이며, 시가로는 약 845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범죄"라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들은 여러 나라의 국경과 해역을 넘나드는 조직적·계획적 범죄를 실행했고, 이 코카인이 실제로 유통됐다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적·건강상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건의 코카인이 실제로 대한민국에 반입될 예정이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으며, 국제 공조와 수사기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해 유통 확산은 미연에 방지됐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월 초, 중남미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과 연계해 중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L호'에 실어 동남아와 한국 등으로 운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중 A 씨는 마약상들로부터 마약 운반 대가로 400만 페소(약 1억 원)를 받기로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후 페루 인근 공해상에서 코카인을 실은 보트 2척과 접선해, 약 1㎏ 단위로 포장된 코카인 1690개를 넘겨받았다.
A 씨는 B 씨와 공모해 이를 선박 내부로 은닉했고, B 씨는 이 과정에서 선박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씨와 D 씨는 A 씨의 제안을 받아 운반을 방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2일 오전 6시 30분쯤, 옥계항에 정박한 L호에 다량의 코카인이 은닉되어 있다는 FBI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첩보가 해양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에 양 기관은 사전에 수차례 작전회의를 거쳐, L호 입항 당일 해경 59명, 관세청 직원 31명, 마약탐지견 2마리 등 총 9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선박 전체를 정밀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격벽 내 은밀한 공간에 은닉된 코카인을 적발했다.
이들이 밀반입을 시도한 코카인은 가로 10㎝, 세로 6㎝, 높이 1.7㎝ 크기의 사각 블록 형태의 코카인 1690개였다.
수십 겹으로 감싼 비닐 포장을 제거한 후의 순수 코카인 무게는 1개당 1㎏, 총 1690㎏(포장 포함 1988.67㎏)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는 대한민국 전 국민을 초과하는 약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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