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초호 속 폐타이어, 검은 물 '줄줄'…"늘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새단장 캠페인' 주간 맞아 수중·연안 청소
해경 대청소 따라가보니

30일 오후 강원 속초시 청초호 일대에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동아오츠카, 속초시 등이 함께한 민관 합동 수중·연안 정화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정화활동은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을 맞아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 총 16개 단체 170명이 함께했다. 2025.9.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저런 게 물속에 있었다고?"

30일 오후 2시 30분, 강원 속초시 청초호. 잠수복을 입은 동해해경청 특공대원이 물속으로 뛰어들자 물결이 크게 흔들렸다. 4~5분쯤 지나 수면 위로 올라온 구조대원이 "이쪽으로 밧줄 던지세요"라고 외쳤다.

곧 밧줄 끝이 대형 크레인에 연결되고,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삭아 검게 변한 거대한 폐타이어였다. 타이어 틈새에 고여 있던 시커먼 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주변에 퍼졌다.

뒤이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낚시 의자, 삼각대, 가전제품 잔해, 폐그물, 로프, 낚시대 등이 줄줄이 끌어올려졌다. 호수 바닥은 '청초호'라는 이름과 달리, 거대한 '쓰레기 창고'를 방불케 했다. 물속에서 건져낸 조개껍데기 더미는 생활 쓰레기와 섞여 있었다.

이날 현장은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동아오츠카, 속초시가 함께한 '대한민국 새단장 캠페인'의 하나로 열린 수중·연안 정화활동이다.

30일 오후 강원 속초시 청초호 일대에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동아오츠카, 속초시 등이 함께한 민관 합동 수중·연안 정화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정화활동은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을 맞아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 총 16개 단체 170명이 함께했다. 2025.9.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해경 대원들이 수중을 누비며 쓰레기를 찾아내면, 호숫가에 대기한 크레인이 곧바로 끌어올렸고, 육상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갔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자원봉사자는 "청초호가 늘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오염된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는 작은 쓰레기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중 뿐 아니라 호숫가에서도 청소가 이어졌다. 담배꽁초, 일회용 컵, 페트병, 닭강정 포장박스 등 생활 쓰레기가 눈에 띄었고, 짧은 시간 만에 포대 자루가 가득 찼다. 이날 수거된 쓰레기만 약 60톤에 달했다.

30일 오후 강원 속초시 청초호 일대에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동아오츠카, 속초시 등이 함께한 민관 합동 수중·연안 정화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정화활동은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을 맞아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 총 16개 단체 170명이 함께했다. 2025.9.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동해해경청은 행사 중 'Blue CPR-파란 동해 만들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수중 퍼포먼스를 펼쳐 해양환경 보전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김성종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해양쓰레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오늘처럼 지역사회와 기업, 시민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깨끗한 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해양환경 보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동해해경청과 속초시, 동아오츠카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청정 동해안 가꾸기’ 수중·연안 정화활동 등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기업·지자체와의 협업을 확대해 깨끗하고 안전한 동해바다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