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전쟁 111일] 급수난 풀렸지만…여전히 울고 있는 '강릉 농심'
배추·무 수확 시기인데 농민들 피해 상황 심각해 '초상집' 분위기
피해 커지자 강릉시, 농가들 피해 조사 나서
- 한귀섭 기자
(강릉=뉴스1) 한귀섭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이 지역에 내린 비와 도암댐 방류로 한숨을 돌렸으나, 농민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강릉 지역 주민들은 3달 넘게 이어진 가뭄으로 제한 급수와 단수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생계와 직결된 농민들은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자 농작물에 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특히 올해 무더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강릉 농가는 피해가 심각하다. 재난 사태가 해제돼 농작물에도 물 공급이 됐으나, 지역에 갑작스럽게 많이 내린 비로 이미 망가진 농작물은 피해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강릉 왕산면에서 1만 2000평대 배추 농사를 짓는 최선동 씨는 "배추가 이미 대부분 망가져 수확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가격도 크게 떨어져 올해 농사는 정말 망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뿐 아니라 배추 농가들이 올해 거의 망쳐 어디 내놓을 수도 없다"며 "집집 마다 초상집 분위기"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서 무 1만 1000평대를 키우는 고승연 씨도 30%가량의 피해를 봤다. 고 씨는 "올해 생육 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단 가까스로 출하는 했다"며 "문제는 가격이 전년보다 너무 크게 떨어져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강릉시는 현재 농작물 피해 조사에 나섰다. 특히 고랭지 배추와 무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추는 일명 꿀통 배추로 불리며 배추 수분 온도가 급격히 올라 속 썩음병이 심해 상품 가치가 없고, 무는 생육이 부진해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강릉농민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9일 강원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농업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강릉 남부와 북부권역 일부를 제외한 전역의 농가는 사실상 올해 농사를 포기한 상황"이라며 "감자를 포함한 모든 작물의 수확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누락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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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11일 동안 이어진 강릉의 가뭄은 9월 단비와 함께 막을 내렸지만, 남긴 상처와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예·경보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 '돌발 가뭄'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경고음이다. 강릉 가뭄을 심층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