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재난사태 '전면 해제'…111일의 가뭄 "결국 '단비'가 풀었다"
6월 초 저수율 60% 깨지며 우려 본격화…7월 공공수영장 운영 중단
李 대통령 방문 후 '재난사태' 선포…9월 '단비'로 저수율 폭등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올여름 강원 강릉을 옥죄던 최악의 가뭄 사태가 22일 일단락됐다. 강릉시민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수지의 저수율 60%대가 깨진 지난 6월 4일 이후 약 111일 만이다.
정부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60%선을 회복함에 따라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강릉에 내려졌던 재난사태를 공식 해제했다. 지난 6월 초 우려가 커지고, 7월 본격화한 가뭄은 지역 식수원을 고갈 위기까지 몰아넣으며 제한급수, 공공시설 운영 중단, 급수 지원 등 초유의 비상 대응을 불러왔다.
봄철인 4월까지만 해도 90%에 육박했던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6월 말 60%대로 떨어졌고, 7월 들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7월 14일 저수율이 26%대까지 내려가자 강릉시는 강릉아레나·북부수영장 등 공공수영장 3곳을 긴급 휴장했고, 강릉아트센터·오죽헌 시립박물관 화장실을 비롯한 다수 공공시설 화장실이 부분 폐쇄됐다.
시는 7월 25일 홍제정수장 보조수원 시험 통수를 실시하며 '플랜B'를 가동했으나, 지역 강수량은 동해안 다른 도시들보다 현저히 부족했다. 8월 초 들어 폭염과 '마른 장마'가 겹치며 강수량 대비 증발량이 평년의 3배에 달하는 등 '돌발 가뭄'(Flash Drought) 양상이 심화했다.
결국 저수율이 25%선마저 무너지자, 강릉시는 8월 12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고, 8월 20일부터는 세대별 수도계량기 밸브를 절반 잠그는 '제한급수 1단계'를 전격 시행했다.
이때부터 식당·카페에서는 물병 대신 생수병·일회용컵을 올려놓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가뭄이 장기화하자 중앙정부와 정치권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8월 22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오봉저수지와 평창 도암댐을 찾아 수위 상황과 대체 수원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강릉은 심각한 단계 가뭄"임을 공식화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현장을 찾아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국비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강릉시는 여름 관광 성수기임에도 경포해수욕장 세족장의 수도꼭지를 뽑아버릴 정도로 물 절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정적 전환점은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강릉 방문이었다. 대통령은 오봉저수지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가용한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귀경 직후 정부는 곧바로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소방 총동원령도 발령돼 전국의 소방력이 '급수'를 위해 강릉으로 몰려들었다.
9월 초순 저수율은 11%대까지 추락하며 바닥을 찍었지만, 9월 12일 강릉에 '첫 단비'가 내리며 15%대로 반등했다. 7월 23일 이후 무려 52일 만에 저수율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같은 달 17일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추가 강우가 이어지면서 저수율은 20%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됐고, 9월 21일 50%대, 22일에는 60%선을 회복하며 회복세가 굳어졌다.
지난 19일엔 저류조 100톤 이상 아파트 113곳에 대한 시간제 제한급수도 풀렸다.
수질 문제로 24년 동안 갇혀있던 '논란의 도암댐' 도수관로 저류수도 지난 20일 이번 가뭄 해갈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강원도와 강릉시도 재난사태 해제를 정부에 건의·협의했고, 이날 오후 6시부로 공식 해제가 확정됐다. 시는 제한급수를 전면 해제하고, 관광·지역경제 정상화를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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