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 고비 넘은 강릉…'일상 회복' '재발방지대책' 속도(종합)

저수율 60%대 돌파…시, 재난 사태 해제 협의 중
저류댐 예산 논의 본격화…소상공인 지원책 추진

지난 20일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 수위가 110m까지 올라가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냈었다. 이날 오후 2시 35분까지 농촌용수 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저수율은 42.6%다. 2025.9.2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이종재 기자 = 강원 강릉지역을 덮친 '극한 가뭄' 사태가 최근 내린 비와 시민들의 절수 노력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면서, 시와 도가 일상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수율 60% 돌파…재난사태 해제 논의

22일 농촌용수 정보시스템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주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60%를 넘어섰다. 이는 이달 12일 기록한 최저치 11.6%에서 열흘 만에 5배 이상 회복한 수치다.

시는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지난달 30일부터 발령 중인 '재난사태’' 해제를 위해 강원도, 관계 부처와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방류 수질도 안정세다. 시에 따르면 20~21일 검사 결과, 총유기탄소(TOC), 부유물질(SS) 등 주요 항목이 1급a 수준을 유지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강우로 자연유입량이 늘고, 시민 절수 노력으로 저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재난사태 해제 논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 방류구에서 도암댐 도수관로 저류수가 방류되고 있다. 2025.9.2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지하수 뜷고 저류댐 만들고…'플랜B' 가동

강원도는 단기적 수급 안정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대체 수원 확보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에 도와 강릉시, 국방부, 농어촌공사 등이 참여한 '민·관·군 협의체'는 이날부터 오봉저수지 상류 왕산천·도마천 일대에서 지하수 탐사와 굴착을 시작했다. 확보된 지하수는 곧바로 저수지로 유입된다.

윤승기 강원도 산림환경국장은 "중장기적으로 대체 수원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관군 협의체가 역량을 모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도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도 가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시는 특히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지하 저류댐 설치 예산을 본궤도 올려 반드시 댐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청 상황실에서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이어질 '2026년도 예산편성 주요업무보고회'에서는 △연곡정수장 증설 및 현대화 △지하수 저류댐 설치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등 가뭄·재해예방 사업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22일 시청 회의실에서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 주재로 열린 2026년도 강릉시 예산편성 주요업무보고회.(강릉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2/뉴스1
소상공인, 친환경 대책도…"이젠 일상으로"

가뭄 장기화로 인한 일회용품 증가와 소상공인 피해도 이젠 가뭄 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시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한 생수 소비 급증으로 투명페트병 배출량은 9월 1~19일 27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배 늘었다. 강릉시는 투명페트병 전용 수거봉투 32만여 매를 제작·배포하고, 수거차량 확대와 보관장소 증설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김동관 시 자원순환과장은 "가뭄으로 페트병 배출이 급증하는 만큼 효율적 처리 대책을 지속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매출 감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원스톱지원센터 창구'를 열고 재해확인서를 신속 발급한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은 최대 1억원 한도, 연 2.0%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현희 시 소상공인과장은 "피해 소상공인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투명페트병 전용 수거 봉투.(강릉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2/뉴스1
강릉 덮친 것은 '돌발 가뭄'…"교훈 삼아야"

전문가들은 이번 강릉 가뭄이 '돌발 가뭄'(Flash Drought) 성격이 강했다고 지적한다.

'돌발 가뭄'은 강수 부족과 고온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수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강수량 부족으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는 일반 가뭄과 달리, 돌발 가뭄시엔 수주 만에 급속한 수분 증발이 이뤄진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넥스트'가 강수량 등 기상 데이터와 저수지 저수율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7월 강릉시의 강수량 대비 증발량은 155.6%에 달했다. 이는 평년 7월(47.3%)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여름 강릉지역의 역대급 폭염에 마른장마까지 겹치면서 수분 증발량이 많아져 오봉저수지 저수율 또한 급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 관계자는 최근 뉴스1에 "빠르게 악화하는 '돌발가뭄'은 예·경보, 통계, 대응 체계에서 배제돼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현재 월별로 된 예·경보를 주간 예보 체계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