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비 내려주소서"…강릉시민들, 이번엔 용왕님께 빌었다

안목어촌계 마련…강릉 기우제, 이번 사태 속 2번째
실제 주말 강릉에 비…물그릇 채우기엔 부족할 듯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 병산동 남항진 솔바람다리에서 11일 안목어촌계가 주관한 용신기우제가 열리고 있다. 용굿이라도 불리는 용신기우제는 강릉지역에서 예년부터 가뭄이 들면 하던 전통 민속 신앙 행사다.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의 이날 주 취수원 저수율은 11.8%로 전날 12%보다 0.25%p 떨어졌다. 2025.9.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이종재 기자 = "용왕님이시여, 푸른 바다 깊은 궁궐에 좌정하시어 구름을 모아 단비를 내려주소서."

11일 오후 4시 40분쯤 강원 강릉시 병산동 안목해변과 남항진 해변을 잇는 솔바람다리 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 강릉시민들의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는 이 다리는 이날 굿당으로 변했다.

스피커 속 장단이 울리자 무녀가 흰색 소복을 휘날리며 비를 기원하는 원무를 추자 모인 안목해변 일대 주민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두 손을 모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단에는 돼지머리와 술, 떡, 과일이 차려졌다.

안목어촌계와 지역 문화단체가 함께 마련한 이날 기우제는 바다의 용왕에게 비를 청하는 전통 민속 신앙 행사다.

어촌계 관계자는 "가뭄에 고통을 겪고 있는 강릉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우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 사태 속 강릉에서 기우제가 열린 것은 지난달 23일 대관령 정상에 이어 2번째다.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 병산동 남항진 솔바람다리에서 11일 안목어촌계가 주관한 용신기우제가 열리고 있다. 용굿이라도 불리는 용신기우제는 강릉지역에서 예년부터 가뭄이 들면 하던 전통 민속 신앙 행사다.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의 이날 주 취수원 저수율은 11.8%로 전날 12%보다 0.25%p 떨어졌다. 2025.9.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에서는 예부터 가뭄이 들면 경포호나 남대천, 바닷가에 제단을 세워 용왕에게 기우제를 올렸다. '세종실록'에도 강릉부사가 가뭄 때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실제 주말인 12~13일 강릉엔 모처럼 단비가 내릴 전망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밤부터 13일 밤 사이 강원도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12~13일)은 강릉이 포함된 중·남부 동해안은 10~40㎜, 북부 동해안은 20~60㎜다.

다만 이번 비 역시 강릉의 물그릇을 담기엔 한참 모자란 수준이긴 하다.

한편 강릉시내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까지 확인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1.8%다. 전날 동시간 대 확인된 저수율 12%보다 0.2%p 더 낮은 수치다. 저수율은 지난 7월 23일 36.7%까지 오른 후 다음날부터 현재까지 50일 연속 감소했다.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고 있는 강릉지역의 지역 식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2.0%로(평년 70.9%) 전날 동시간 대 확인된 저수율 12.3%보다 0.3%p 더 낮은 수치다. 2025.9.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