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같은 강릉…아파트 돌발 단수, 급수차 앞 긴 줄, 처가로 피신

'단수 불안'에 물 받아놓기 집중…사용량 폭증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화장실 욕조에 미리 받아 놓은 물. 2025.9.9/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에 대응해 아파트 단지 등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제한급수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시가 권고한 사용 일수와 실제 상황이 다르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예고 없는 '돌발 단수'가 속출하며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아파트·대형 숙박시설·공공기관 등 저수조 100톤 이상 보유 시설 123곳(아파트 113곳·대형숙박시설 10곳)에 제한급수가 시행 중이다.

시는 대수용가별로 물 사용량 50% 절감을 목표로 공급 밸브를 조절하고, 가구 수와 사용량을 고려해 '의무 사용 일수'를 권고하고 있다. 총 저수용량이 2일치인 곳은 4일 후, 3일치인 곳은 6일 후에 다시 공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권고안이 사실상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홍제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해당 단지의 하루 사용량은 약 200톤. 시 권고대로라면 200톤으로 2~3일을 버텨야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주방 수도꼭지에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25.9.9/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단수 불안으로 세대별 '물 받아두기'가 집중되면서 사용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오전 6시 30분, 8시 30분 등 하루 총 4시간 공급을 공지했으나, 실제 전날 저녁 급수 시간에는 주민들이 동시에 수도를 틀어 펌프 6대가 모두 100% 가동되는 비정상 상황이 벌어졌다.

9일 오전 기준 이 아파트 저수조 잔량은 26.1%. 25% 아래로 내려가면 공기 유입으로 설비 고장 우려가 커진다.

결국 당초 예고와 달리 오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공급 예정이던 물은 7시부터 단 30분만 나왔다. 급수계획 변경 공지도 했지만, 인지하지 못한 주민들도 상당수였다.

방제실 직원은 "예고 없이 공급을 끊은 것이 아니라, 예상보다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 불가피하게 급수계획을 조정한 것"이라며 "오늘 오전에만 수십 통의 항의 전화를 받으며 욕설까지 감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내곡동의 238세대 아파트도 전날 돌발 단수로 주민들이 양동이를 들고 급수차 앞에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주민 A 씨는 "갑작스러운 단수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단수 지역이 아닌 사천면 처가로 피신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강릉시는 대수용가 제한급수 강화 나흘 만인 이날 아파트 등 31곳을 대상으로 추가 급수를 위한 밸브 조정을 실시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 저수조 고갈로 30여 곳에 대한 밸브 조정 예정"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급수계획이 불과 30분으로 변경돼 있다. 2025.9.9/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