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누크 헬기 날고, 군차량 가득"…강릉은 '가뭄' 아닌 '전쟁' 중
군·산림청 소속 헬기 담수 작전…군 트럭, 소방 등 '지상 급수전'도
6일부터 사실상 '일상 단절'…아파트 등 123곳 밸브 잠근다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재난 사태'가 선포된 지 일주일째, 현장은 상공의 담수지로 향하는 시누크 헬기 굉음이 상공을 뒤덮고, 도로엔 군 작전차량과 소방차로 가득했다.
5일 낮 12시쯤 강원 강릉 장현저수지. 평소라면 물새가 앉아 놀던 평화로운 저수지에 묵직한 소음과 함께 거대한 육군 시누크 헬기 1대가 나타났다.
프로펠러가 휘저은 바람이 수면을 흔들고, 물보라가 일렁이며 공중으로 튀었다. 헬기는 저수지 수면 바로 위로 낮게 내려앉아, 물을 담기 위한 거대한 버킷을 수면에 조심스럽게 담갔다.
물이 버킷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조종사는 숙련된 조종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버킷을 가득 채운 뒤, 무거운 물을 싣고 다시 하늘로 치솟았다. 장현저수지에서 물을 담은 헬기는 강릉지역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로 향해 원수(原水)를 채웠다.
이날 군 헬기와 산림청 소속 헬기 4대(S64 2대·KA32 2대)를 비롯해 담수 작전에 투입된 헬기는 총 10여대다.
이들 헬기는 이날 장현저수지와 경포호수에서 담수 작전을 진행, 1000여톤 이상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옮기고 있다.
지상엔 군 작전 차량과 소방 펌프차가 도로를 점령한 상태다. 군부대와 소방, 임차 차량이 투입된 운반 급수, 남대천 용수개발을 통한 관로 급수까지 총동원한 이날 하루의 급수량은 2만9792톤. 헬기와 차량, 관로까지, 지상·공중·지하를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다.
권역별 생수 배부 거점에선 10㎏짜리 생수 박스를 낑낑 끌어 올리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이날 시민들에게는 1인당 12L 분량의 생수가 배부되고 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 ‘드라이브 스루’ 현장은 차량과 인파, 헬기 소리, 공무원의 땀과 긴장이 뒤섞이며 전쟁터나 방공 훈련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민들의 일상은 6일 사실상 단절된다. 시는 6일 오전 9시부터 아파트 113곳, 대형숙박업소 10곳 등 총 123곳에 대한 수도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들은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9만1750세대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대수용가'로, 시는 절수 효과가 낮다고 판단해 직접 밸브를 잠그기로 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저수조에 2~3일분 물이 남아 있지만, 소진될 경우 운반급수 등 긴급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시간제·격일제 급수도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수율 10% 붕괴 시 제한 급수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이며, 격일제 여부는 저수율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비 예보가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세탁은 모아서 하기, 목욕물 아껴 쓰기, 변기 속에 벽돌이나 페트병 넣기, 허드렛물 재활용하기 등 작은 실천이 모여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가뭄이 해소되는 날까지 시민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3.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역 식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여유 담수는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강릉의 가뭄 대응은 당분간 '총력전'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