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심 강릉 여행 어쩌나" 관광객들 고심…지역 업계는 안절부절

3일 오전 강원 강릉 성남동 중앙시장에서 관광객들이 먹거리 등을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5.9.3 한귀섭 기자
3일 오전 강원 강릉 성남동 중앙시장에서 관광객들이 먹거리 등을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5.9.3 한귀섭 기자

(강릉=뉴스1) 한귀섭 기자 = "가뭄인데 강릉 관광 가도 될까요?"

강원 강릉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관광객들이 강릉 방문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 숙박업소와 상인들도 가뭄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까 속앓이하기는 마찬가지다.

3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지역 식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8%다. 이는 전날(14.2%)에 비해 0.4%p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저수율 감소 흐름이 계속되면 오봉저수지의 여유 담수는 이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릉 전역에는 물 절약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전국에서 온 소방 물탱크차가 인근 지역서 물을 가져와 홍제정수장에 붓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군부대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이제는 해경까지 나서서 가뭄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전국에서 기부한 생수는 강릉아레나에 쌓여 있는 가운데 이날부터 배부가 시작됐다.

3일 오전 강원 강릉 교동의 한 호텔에 제한급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3 한귀섭 기자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릉을 찾을 예정인 관광객들은 고심하고 있다. SNS상에선 '물 부족이라는데 가도 되나', '시민들이 물 부족을 겪는데 여행은 그렇지 않나', '숙소 취소 수수료 때문에 가야 한다', '관광객이 끊기면 더 힘들어질 것', '속초, 양양 등 다른 곳을 알아봐라'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실제 시민들은 가뭄 해결을 위해 최대한 물을 아끼고, 상인들은 축소 영업과 휴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강릉시의 요청에 지역 대형 숙박업소 8곳은 객실 예약을 50%만 수용하고, 수영장과 사우나 등 비필수 물 사용시설 운영을 제한키로 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난 최소진 씨(28·대전 거주)는 "강릉 가뭄이 심각한 건 알지만 숙소도 예약돼 있어서 오게 됐는데 물 부족으로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며 "휴가철이 끝나서 그런지 관광지마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재밌게 놀았다"고 말했다.

이선종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은 "최근 들어 숙박업소마다 관광객들이 예약할 때 물이 나오는지 문의가 많고, 예약 취소와 변경 등도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까진 큰 피해는 없지만 가뭄이 장기화하고 물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숙박업소마다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관광객들을 오라고 할 수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민들이 물 사용을 줄이는 것에 동참하는데 관광객들이 와서 물을 펑펑 쓰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상인들의 매출 감소로 생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