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14%' 위기의 강릉…최후의 카드 '사수량' 끌어올리나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의 식수 사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 말 사실상 고갈 위기에 직면, 결국 구조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수량(死水量)'까지 끌어올려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일 현재 강릉지역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2%에 불과하다.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불과 20여 일 뒤 물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릉시는 물 공급을 책임지는 홍제정수장에 소방펌프차 등 급수차 71대를 투입, 인근 정수장과 주변 지역에서 지원받은 물 하루 3130톤을 보충하고 있다.

그러나 운반 급수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자, 시는 오봉저수지에 원수를 직접 채우기 위한 '양면 전술'에 나선 상황이다.

시는 현재 오봉저수지와 왕산천 등 2곳에 원수를 직접 채우기 위해 15톤 규모 살수차와 소방차 31대를 투입했다. 섬석천, 사천천, 연곡천 등 지방하천 17곳과 동막·칠성·장현 등 저수지 5곳에서 물을 확보해 하루 400차례 차량이 왕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14억 원을 들여 남대천 하류의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오봉저수지에 채우는 긴급 사업도 시작했다. 구산농보에 모은 물을 2㎞ 상류로 역송전하는 방식으로 하루 최대 1만톤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봉저수지의 저수량 1%가 14만톤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긴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저수율 하락세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인열 농어촌공사 오봉지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현재 저수율로는 9월 말까지는 공급이 가능하다"면서도 "비가 오지 않아 저수율이 '0%'에 가까워지면 결국 사수량까지 퍼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수량은 저수지 수문 아래에 남아 있는 물로, '무효 저수량'으로도 불린다. 구조적으로 자연 배수가 불가능해 양수기를 돌려야만 쓸 수 있다.

김 소장은 "전체 사수량은 약 100만 톤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건 60% 수준인 60만 톤"이라며 "하루 5만 톤씩 쓰면 열흘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하지 못하는 '사수량'을 사용하면 수질엔 문제가 없을까. 김 소장은 "사수량은 수질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수문으로 빼낼 수 없는 물이어서 인위적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규 강릉시장도 지난 1일 가뭄대응 2차 기자회견에서 "저수지가 바닥나는 최악의 경우, 사수량을 사용해 버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릉시민과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절수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실 수돗물 공급이 아직 유지되고 있어 "씻고 먹는 데 큰 불편이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부 시민은 "재난사태까지 선포할 정도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저수율이 계속 떨어지면 9월 말 이후에는 물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 된다"며 "지금 당장 체감이 크지 않더라도 무조건 절약해야 한다. 아껴 쓰지 않으면 정말 물이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gjh6548@news1.kr